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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교육감들은 왜 '국회법 폐기'에 입맛 다셨나

입력
2015.07.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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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이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건이 무산됐음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화 국회의장이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건이 무산됐음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6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당 방침에 따라 표결에 불참하면서 국회법 재부의안이 ‘투표 불성립’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뒤 논란을 낳은 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에서 내년 5월 말 19대 국회 종료 시 자동 폐기됩니다.

아시다시피 국회법 개정안 논란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서 비롯됐습니다.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의 정원 및 조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위임조항이 문제가 됐습니다. 해양수산부는 모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시행령을 만들어 조사 대상인 정부가 조사를 하는 시행령을 만든 것입니다. 국회법 개정안은 이렇게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부합되지 않는 대통령령, 총리령 및 부령 등에 대해 국회가 수정 및 변경 요청을 할 수 있고, 중앙행정기관장은 그 처리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것입니다.

국회법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진실규명을 바라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쉬움이 가장 컸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안타까움을 드러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ㆍ도교육감들입니다. 교육감들은 내심 국회법 통과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작년 6ㆍ4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이후 보수 정부는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해왔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진보교육감 옥죄기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입니다.

가장 최근의 예가 누리과정(만 3~5세 의무보육) 예산을 시ㆍ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한 것입니다. 누리과정 예산은 지난해부터 정부와 교육청 간 큰 갈등 요소였는데요, 정부는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할 것을 요구했고, 교육청은 박 대통령 공약사업이자 국가사업을 지방교육재정에 떠넘긴다며 반발해왔습니다. 이 같은 갈등으로 누리과정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교육부는 지난 5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편해 2016년부터 시ㆍ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해 버린 것입니다. 물론 지방교육재정을 확대해주고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으나, 지방교육재정은 늘지 않았습니다. 선출직인 교육감들이 자신의 공약에 기반한 교육정책에 쓸 수 있는 예산을 줄여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쓰도록 하는 셈입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진보교육감시대, 교육현장은 어떻게 달라졌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중앙정부의 책임인 누리과정 보육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는 정부의 시행령 정치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비극을 만들어 냈다”며 “지방교육재정의 측면에서 볼 때 재정 파탄의 서막이 오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초 교육감이 갖고 있던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특수목적중학교 등에 대한 재지정 결정 최종 권한을 교육부 장관에게 넘겨준 것도 시행령을 통해서입니다. 초중등교육법 상 이들 학교에 대한 지정 취소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시행령에는 ‘교육부 장관과 협의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작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취임 이후 이뤄진 자사고 운영평가에서 8개 자사고(최종 6개)에 대한 재지정 취소 방침이 결정되자 교육부 장관은 즉각 반려했고, 이에 대한 권한쟁의소송이 대법원에서 진행 중입니다. 올해 지정 5년째를 맞는 서울 지역 11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교육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논란이 됐던 ‘교육부장관과 협의’를 ‘교육부장관의 동의’로 바꿨습니다. 이로써 논란이 됐던 지정취소 권한은 최종적으로 시행령을 통해 교육부 장관에게 넘어갔습니다. 학교운영과 관련해 교육감 및 교육청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작년 교육부가 장학관과 교육연구관의 임용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교육공무원 임용령 을 개정한 것도 교육감들과 대립하는 법령 개정입니다. 앞서 ‘장학관ㆍ교육연구관의 자격기준을 7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있는 교사’로 규정하고 있던 것을 교육부는 대통령령을 바꿔 ‘교장, 원장, 교감, 원감 또는 교육전문직원 1년 이상’의 경력을 추가했습니다.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진보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사를 장학관으로 특별 채용하자 이에 대한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교육감들은 ‘인사권까지 빼앗겼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서 만든 법률이 상위이고, 그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합치되게 행정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이 시행령입니다. 하지만 교육 분야에서도 상위법의 발목을 잡는 시행령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개정돼 온 것이 사실입니다. 법 취지를 살리는 시행령 개정이 아닌 것입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교육감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교육감들은 앞으로도 어떤 시행령이 바뀌어 교육감의 권한이 축소될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이 좌절되면서 교육감들이 씁쓸해하는 이유입니다. 6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시행령 공화국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법치국가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의 말은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교육감들의 소회를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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