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타결 외에 대안 없다" 치프라스도 유화 모드로 선회
英, 메르켈에 "한발 물러서라" 북유럽 등 강경파에 우회적 압박
부채 탕감 규모 최대 쟁점 속 "유로존 잔류 가능성 높아져"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할 것이라는 전망에 점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7일 유로존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그리스의 새 경제개혁안을 논의했다. 지난주까지 ‘채권단의 제안을 거부하면 더 이상 협상은 없다’며 완강한 입장이었던 유로존이 사실상 그리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다. 지난 5일 국민투표 결과 채권단의 2차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했던 그리스도 ‘그렉시트는 없다’며 협상에 나설 계획임을 밝혀 협상타결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그리스 입장에서는 국민투표 부결로 국민의 자존심을 세우고 협상력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리스 국민의 압도적 반대 표시는 채권단에게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그러면서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재빨리 채권단과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먼저 채권단의 가장 큰 부담이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이 5일 자진 사퇴하면서 채권단의 불신 종식에 나섰고 6일 공산당을 제외한 그리스의 3개 야당도 “협상 타결 외에 대안이 없다”는 공동 인식하에 정부를 지지하는 공동성명문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채권단의 태도는 부정과 긍정으로 엇갈리는 모습이다. 6일 저녁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긴급 회동을 가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협상을 시작할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로부터 그리스를 다시 번영하게 할 정확한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냉담하게 말했다.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교착 상태에 빠진 국면에서 그리스가 강도 높은 개혁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면 게임은 끝났다”고 밝혔다.
반면 올랑드 대통령은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며 “이제 치프라스 총리가 유로존에 남고자 하는 진지하고 믿을 만한 제안을 내놓느냐에 달렸다”협상 성사에 기대감을 표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다른 유럽을 재건설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특히 그리스 사회와 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사태의 결정적인 해법이 나올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6일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 텔레그래프에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에게 그렉시트를 막기 위해 한 발 물러나라고 조언했다. 오스본 장관은 “상황이 악화되면 유로존 위기가 결국 영국으로까지 번질 것”이라며 메르켈 총리에게 “무질서한 그렉시트를 막기 위해 한발 물러서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라”고 말했다.
그간 그리스 사태 논의에서 독일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북유럽 국가들이 강경입장을 보이고 그리스의 2대 채권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이 그리스에 유화적인 태도를 유지했던 가운데 영국이 그리스 편에 섬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에서 강경파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의 국민투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미국도 협상 타결을 촉구 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6일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투표가 끝났지만 백악관의 입장은 전과 같다”며 “이는 유럽이 해결해야 할 도전”이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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