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안전공단에 정보 제공도 안 해
감사원 "독단적 묵인 이유 납득 못해"
세월호 비리 등에 연루되고도 특별채용 된 운항관리자(본보 7월 6일자) 상당수는 검찰 수사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에서도 비위가 드러나 징계처분 하도록 통보됐으나, 해양수산부가 이를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해수부가 비리 운항관리자들에게 독단적으로 징계를 유예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는 운항관리자 특채를 담당한 선박안전기술공단(이하 공단)에도 이런 정보를 넘기지 않았다.
7일 해수부와 감사원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해 10월 감사원으로부터 인천 및 제주에 근무중인 운항관리자 15명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릴 것을 통보 받았다.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및 연안여객선 안전관리ㆍ감독실태’ 감사 결과에 따른 조치였다. 감사에서는 2014년 1~4월 인천-제주 구간을 운항하던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의 총 118회 운항 가운데 56회에 걸쳐 적재한도 초과 운항 사실이 적발됐다. 특히 문제의 운항관리자 15명은 세월호 등의 화물 중량 및 차량 대수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승무원 등이 무전으로 알려주는 대로 출항 전 점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당시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에 대한 감독 의무가 있는 해수부 장관에게 징계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해수부가 문제의 15명을 징계하지 않으면서 이 가운데 구속 및 면직자를 제외한 11명은 이번 특별채용에 합격해 준공무원으로 영전됐다. 이들을 직접 채용한 공단은 해수부로부터 아무런 감사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수부가 사전 징계처분을 했거나, 감사원 통보 결과를 미리 주었다면 이들을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다. 해수부는 징계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 통보의 취지는 해수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강력하고 엄한 처분을 하라는 것이었다”면서 “그 사람들이 직무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엄청난 국가적 재난을 초래하게 된 것인데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특채된 11명에 대해서도 당장 징계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들이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형이 확정된 후에 징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행정처분인 징계와 형사처벌은 엄연히 별개”라며 해수부가 마음대로 징계를 유예하는 것에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형이 확정된 뒤 징계한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조치로서 ‘봐주겠다’는 말 밖에 안 된다”며 “그렇다면 (해수부가)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앞서 본보의 ‘세월호 등 선박관리 비리 연루자 33명 특별채용’ 보도에 대해서도 “형이 확정되지 않아 탈락 시킬 수 없었다”는 해명으로 일관했었다. 한편 이날 해수부는 특채 운항관리자 가운데 1심에서 집행유예 및 벌금형을 선고 받은 8명에 대해 임용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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