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씨 "사업가일 뿐" 발언 관련
"그는 음식평론가로서 할 말 한 것, 누구나 쉽게 만드는 법 알리고 싶어"
계란 입힌 토스트와 꽁치통조림을 넣은 김치찌개. ‘쿡방 대세’ 백종원(48)이 MBC ‘마이리틀텔레비전’과 tvN ‘집밥 백선생’에서 만들어 시청자의 관심을 산 음식들이다. 조리법은 특별하지 않다. “맛 없으면 설탕을 넣으라”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 이웃집 아저씨 같은 외식사업자가 최고 인기의 ‘대세 셰프’로 떠오르자 반작용이 일었다. 그의 요리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독설과 댓글이다. 그런데 백종원의 맷집이 간단치 않다. “전문 요리사가 사이클 선수라면 내 요리는 세발 자전거 수준”이라며 몸을 낮추고, “1년 게임에 빠져 살았다. 게임 하다 먹는 욕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주위를 웃겼다.
8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아트월드 세트장에서 ‘집밥 백선생’ 녹화를 앞두고 만난 백종원은 최근 황교익 음식 평론가가 “백종원은 사업가일 뿐 맛있는 음식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데 대해 “비평가로 할 말을 한 것”이라고 덤덤히 반응했다. (▶인터뷰보기) 그는 “인터뷰 글을 다 읽어봤는데 ‘음식의 맛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보여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백종원의 요리는 단맛과 짠맛만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기본이 간 맞추기라고 생각하는데 많이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평균보다 세게 간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요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유는 뭘까. 백종원은 “누구나 쉽게 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요리를 안 하던 사람이 요리를 즐기면 외식 인구도 자연스럽게 늘 것”이라며 자신의 요리는 자취생을 위한 것이란다.
백종원의 입담은 방송에서처럼 구수했다. 자신의 인기 비결에 대해 묻자 “묘하게 흐름을 잘 탔다”며 “실수한 게 인기다. 참 희한한 사회구조”라며 웃었다. ‘쿡방’이 방송가의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서툰 모습을 보인 게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는 얘기다. 인기가 장동건, 원빈과 견주어도 손색없다는 말을 듣고서는 “큰일 날 소리 하지 마라. 그러면 난 절단 난다”고 손사래를 쳐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백종원을 매출 1,000억원대의 외식 사업가로 키운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정말 음식에 까탈스러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초등학교 때 아버님이 출장에서 오면 휴게소에서 햄버거를 10개씩 사오셨는데 그걸 냉동실에 넣었다가 데워먹었다. 그런데 차가우니 양상추를 새로 넣고 양파를 볶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요리를 하게 됐다.” 그는 또 “대학교 때는 먹는 것에 병적으로 집착했다”고 털어놓았다.
요리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지만, 그의 맷집은 외환위기(IMF) 때의 사업 실패 경험에서 얻었다.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IMF 때 사업이 크게 망했다. 사업 실패 때 터득한 게 있다. 말하고 생각하는 게 똑같았으면 하는 것이다. 겸손한 척하려면 진짜 겸손해지면 된다. 있는 그대로 행동하는 건 창피한 게 아니다.” 백종원이 눈웃음 치며 설탕을 담뿍 넣는 이유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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