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퇴 의총, 시작부터 친박계 분위기 주도
표결은 일부 비박만 주장... 무기력한 대응
8일 열린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총회’ 분위기는 예상과 달리 처음부터 파죽지세였다.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둘러싸고 표결 주장과 권고사퇴론이 팽팽하리라던 일각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발언자 34명 중 표결을 주장한 의원은 6,7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와는 180도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초반 분위기를 다잡은 건 김무성 대표였다. 김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제는 결단을 내리고 모든 일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려놔야 할 시점”이라며 “파국을 막고 오늘을 기점으로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며 ‘바람’을 잡은 셈이다.
곧바로 친박계의 ‘사퇴 압박’ 포문이 열렸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사퇴하는 것은 불명예가 아니라 아름다운 일”이라며 “현 상황을 (유 원내대표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훈 의원은 “유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하는 등 정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이처럼 생각이 달라서는 함께 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비주류인 하태경 의원도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 체제를 ‘보이콧’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존립이 어렵다”는 취지로 사퇴 논리를 폈다.
일부 비박계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 사퇴 반대를 주장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치와 국회, 집권여당에 대한 대통령의 그릇된 인식”이라며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한 표결을 촉구했다. 정두언 의원은 “박 대통령도 2002년 이회창 총재의 1인 지배 체제를 비판하며 탈당하지 않았느냐”고 청와대ㆍ친박계의 유 원내대표 몰아내기를 비판한 뒤 “지도부 전체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하는 방식을 두고 일부 격론도 벌어졌다. 비박계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뽑힌 원내대표이니 사퇴 역시 표결로 명확히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친박계는 “표결은 곧 당을 깨자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유 원내대표의 측근인 이종훈 의원이 표결을 주장하자 친박계인 함진규 의원이 발언을 가로막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오전 9시15분부터 4시간 가까이 이어진 의총은 김 대표의 마무리 발언으로 막을 내렸다. 김 대표는 “의원들의 중의를 모아 사퇴 권고 의견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하겠다”며 의총을 마무리했고, 일부 의원들은 박수로 동의를 표했다.
앞서 정오가 지나면서 의원들이 한두 명씩 의총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권고로 결론이 났음을 보여줬다. 실제 120여명이 참석했던 의총 참석자는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9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의총 직후 김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으로 가서 유 원내대표에게 의총 결과를 전했고, 잠시 후 유 원내대표는 국회 정론관을 찾아 사퇴를 표명했다. 이로써 ‘유승민 정국’은 일단락됐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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