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총회 권고안 수용... 13일만에 내홍 봉합은 됐지만
계파 갈등 재연 가능성... 靑 "당청관계 잘 되길" 말 아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법 개정안 위헌논란 및 거부권 파동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의원총회 결과를 수용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새누리당 내홍은 일단락됐지만 친박과 비박간 계파갈등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계파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서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저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지 13일, 2월2일 원내사령탑에 오른 지 다섯 달 만에 중도 하차했다.
유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평소 같았으면 진작에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다”면서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긴급 비공개 의총을 열어 표결 없이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권고안을 추인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 같은 의총 결정사항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120여명이 참석한 의총에서는 김무성 대표를 포함해 34명이 발언했으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를 놓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일부는 사퇴 주장에 반발하며 표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의총 직후 “의총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대다수의 의사는 (유 원내대표가) 책임 여부를 떠나 이유를 막론하고 현 상태에선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세여서 의총에서 그런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총의로 유 원내대표 사퇴가 결정된 일인데 청와대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며 “당청관계가 잘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의 전격 퇴진으로 2주일 가량의 새누리당 내전은 봉합됐으며 향후 여권 권력지도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불신임’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친정체제가 강화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여당이 원내대표 ‘밀어내기’에 동조함에 따라 당청관계는 또다시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민전 경희대 교양학과 교수는 “차기 원내대표에는 청와대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의 인물이 앉을 것이고, 이 경우 김무성 대표의 당내 입지는 좁아질 것”이라며 “당이 청와대에 더욱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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