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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부끄부끄’ ‘쓰담쓰담’

입력
2015.07.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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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ㆍ오락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막이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자막 없이는 그 방송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자막 사용은 시청자에게 시각적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부적절한 자막도 다수 등장했다.

출연자의 감정이나 행동을 나타내기 위해 ‘ㅠㅠ’ ‘^^’ 등의 이모티콘과 ‘부끄부끄’ ‘쓰담쓰담’ 등의 음성 상징어를 자막으로 사용한다. 이 가운데 음성 상징어인 ‘부끄부끄’ ‘쓰담쓰담’은 각각 ‘아주 부끄러워하는 모양’ ‘손으로 살살 쓰다듬는 모양’을 흉내 낸 말로, 둘 다 새로 만든 말이다.

‘부끄부끄’는 형용사 ‘부끄럽-’을 ‘부끄’와 ‘럽’으로 분석해 ‘부끄’를 반복적으로 결합하여 만든 말이다. 그런데 ‘부끄럽-’이 ‘부끄’와 ‘럽’으로 분석되는 말이 아닌데도, 우리말 어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임의적으로 분석하여 새말을 만들었다. ‘아주 쑥스러워하는 모양’을 흉내 낸 ‘쑥스쑥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형용사 ‘쑥스럽-’을 ‘쑥스’와 ‘럽’으로 임의적으로 분석해 만든 새말이다.

반면 ‘쓰담쓰담’은 동사 ‘쓰다듬-’을 ‘쓰담-’으로 줄여 그것을 반복적으로 결합해 만든 말이다. 동사 ‘쓰다듬-’을 반복적으로 결합하여 새말을 만들었는데, 이는 우리말 어법에 어긋난다. ‘욕심 사납게 마구 먹는 모양’을 흉내 낸 ‘처먹처먹’이란 말도 마찬가지이다. 동사 ‘처먹-’을 반복적으로 결합하여 만든 새말이다.

방송에서 자막의 효과는 크다. ‘부끄부끄’와 ‘쓰담쓰담’이라는 자막은 일부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성이 강한 방송의 성격을 고려할 때, 우리말 어법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만든 새말을 자막으로 사용하는 건 부적절하다. 방송 제작진의 재치로 가볍게 봐 줄 일이 아닌 것이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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