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세적 하락 아닌 불안감이 원인, 예상보다 빨리 상승할 가능성
신규 투자는 반등 징후 확인 후, 원금 손실 아니면 부분회수
당분간 변동성 높은 장세 이어져, 적립식 펀드 등 분할매수 고려할 만
“석달 전 가입한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지난 주 초까지만 해도 20%가 넘었는데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더 손해를 보기 전에 환매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중국 증시가 며칠 사이에 30% 정도 떨어졌다고 하는데, 지금이 중국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요?”
단기간 급락을 거듭하던 중국 증시가 사흘 만에 급등세로 돌아서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면서 시중은행과 증권사의 PB(프라이빗뱅커)들에게는 중국 증시에 대한 전망과 대처법을 묻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해 온 중국 본토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집중되고 있다. 올 들어서만 1조원 이상이 유입되는 등 중국 본토 펀드에 대한 가입 열기가 그만큼 뜨거웠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 PB들은 중국 증시의 급락 분위기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보다는 심리적인 불안감이 원인이 된 데다 중국 정부의 부양의지가 확고한 만큼 조만간 반등 분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때문에 당장 투매에 동참하기 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노릴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신규 투자를 저울질 하는 이들에게는 급락 분위기가 진정되고 반등의 징후가 확실히 나타나는 것을 확인한 후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조언을 내놨다.
9일 한국일보가 시중은행과 증권사의 PB들에게 설문을 진행한 결과 10명 가운데 8명은 ‘지금은 환매시점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추세적인 하락의 시작이라기 보다는 돌발 변수에 따른 단기 급락에 가깝다는 인식이 배경에 있다. 박세진 유안타증권 W프레스티지 강북센터 PB는 “중국 경제에 이상 징후가 발견된 게 아니라 신용에 대한 청산이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수급 문제를 야기하면서 공포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며 “극단적인 하락 분위기는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단기간 급락한 만큼 반등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진여 NH투자증권 판교지점장은 “오히려 거품이 빠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며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단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가 강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정은영 대우증권 갤러리아센터 PB는 “중국은 완전자유경쟁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중국 정부가 여러 부양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호재”라고 말했다.
환매를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점도 이유로 거론됐다. 전인봉 신한은행 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 PB는 “손절매를 하기에는 늦은 시점”이라며 “당장 자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상하이지수가 4,000대 초중반에 들어서는 것까지 지켜본 후 파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적인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를 주문하는 조언도 나왔다. 예를 들어 1년 이상 투자해 아직 원금손실이 나지 않은 투자자라면 투자금의 일부를 회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현조 우리은행 잠실역지점 PB는 “1년 이상 투자한 투자자들은 대개 수익률이 40%대까지 났기 때문에 지금도 5~10%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증시가 한동안은 하락세를 유지할 수도 있으니 더 떨어지기 전에 현금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이른바 ‘물타기 전략’으로 수익률을 만회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승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PB 팀장은 “기준가가 낮아졌을 때 사두면 반등 시 수익률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물타기 전략을 사용하는 것도 좋을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국 펀드에 신규 투자를 고민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우선 당분간 변동성이 높은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승호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 PB는 “저가매수 시점이라고 보기에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바닥을 확인하고 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아 기업은행 WM사업부 PB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볼 정도로 중국 시장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우리나라 금리와 비교할 때 기대 수익률이 조금 높아 보일 뿐 적극적으로 추천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반면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한 분할 매수를 시작할 시점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정은영 대우증권 PB는 “반등이 나올 시점이 됐다는 점에서 분할 매수를 시작하는 시점으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환희 KB투자증권 압구정 PB센터 부장은 “중국은 중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많은 나라인 만큼 길게 보는 투자자라면 이미 분할매수를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봉 신한은행 PB는 “지금 시점에서는 한방에 들어가는 거치식 보다는 적립식을 통해 분할 매수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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