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쟁사와 손잡고 저가공세 나서자 유명 초경합금회사, 3년째 법정투쟁
민사소송서 영업비밀 인정됐지만 부정유출 여부 두고 검ㆍ경은 엇갈려
대구 성서공단 내 S사는 초경합금 내마모용 정밀금형부품생산으로 꽤나 이름이 알려진 업체다. 한때 국내 시장 점유율 60%, 연간 400억원대의 매출을 자랑하던 이 회사는 최근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전직 대표이사 K씨가 회사를 나간 뒤 일본의 경쟁업체와 손잡고 동종업체를 설립, S사 거래처를 대상으로 저가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K씨가 만든 A사는 설립 1년도 안돼 업계 2위로 도약한 반면 S사는 지금까지 100여억원대(자체추산)의 손실을 봤다. S사는 K씨가 회사의 원료관리표준 등 영업비밀을 유출해 생긴 일이라며 고소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S사는 “명백한 영업비밀 유출에 죄를 묻지 않는 건 기업의 기술유출을 조장하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고검은 최근 S사가 K씨와 A사 간부 5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등으로 고소한 항고사건에서 ‘영업기밀 유출’혐의부분에 대해서는 “1심 결정을 뒤집을 만한 이유가 없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앞서 지난해 7월 같은 사건에 대해 원료관리표준을 회사기밀로 볼 만큼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S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S사 측은 “우리가 6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각종 실험자료를 회사 대표로 있던 사람이 그대로 가져가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큰 피해를 주고 있는데도 영업비밀 유출이 아니라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대구고등법원에 이달 초 재정신청을 했다.
S사의 법정투쟁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당시 배합기술에 대해 영업비밀로 인정되나 부정취득 사용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결하자 바로 부산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2013년 4월 9일 부산경찰청이 A사 사무실 및 관련자 자택을 수색한 결과 S사의 원료관리표준 등 다수의 기술, 영업 자료가 발견됐다. 부산경찰청은 이들 자료가 S사의 피해와 영업기밀 유출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로 보고 기소의견으로 부산지검에 송치했고, 부산지검은 A사 관할청인 대구지검 서부지청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S사가 원료관리표준 등 내부기밀을 관리자 개인 PC에서 보관, 기밀 유출에 대한 보안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기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산경찰청이 압수한 자료들도 A사가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증거가 불분명하다고 결론을 냈다.
상대방인 K씨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사 실소유주의 친척이기도 한 그는 “S사 실소유주와 갈등으로 회사를 나왔고 22년간 한 일이 초경합금이라 A사를 시작했을 뿐” 이라며 “원료관리표준은 초경합금 기술자인 현 A사 대표가 갖고 있던 자료이고 일본업체도 S사 설립초기 기술지원 등을 한 회사로 본인의 사정을 듣고 회사설립에 자금을 지원했을 뿐”이라고 영업기밀 유출혐의 등을 부인했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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