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폭락 거품 붕괴 서곡" 진단
부양책 실패 땐 국가 위기 예상
“중국증시 폭락으로 한 달 만에 그리스 1년 국내총생산(GDP)의 14배(3조 3,000억달러)가 날아갔다.”(시사주간 타임)
세계가 온통 그리스에 정신이 팔린 사이, 중국에서 그리스를 능가할 초대형 악재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중국증시 거품(버블) 붕괴다. 그리스가 유럽에 직접 영향을 주고 세계경제에 2차 악재로 작용할 변수라면, 중국증시 붕괴는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를 직접 강타할 악재 중의 악재다. 다행히 9일 강하게 반등하며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중국 증시가 급락을 넘어 공황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와, 버블 붕괴가 이미 중국 정부의 관리능력을 넘어섰다는 비관론이 쏟아진다.
● “1929년 대공황과 흡사”
지난달 12일 5,178포인트까지 찍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30% 이상 폭락해 9일 장중 한때 3,300선까지 미끄러졌다. 시가총액의 80%를 차지하는 개인들은 패닉 상태고, 증시는 정부의 잇단 부양책과 매매 금지 덕에 근근이 버티는 형국이다. 난징(南京)에 사는 개인투자자 리준씨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를 통해 “300만위안(약 5억 5,000만원)을 날렸고 그 중 3분의 1이 빌린 돈”이라며 “정부가 개입을 할수록 두려움이 더 커진다”고 토로했다.
부양책은 백약이 무효고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로버트 페스톤 BBC 경제부문 에디터는 “폭락에 대비한 대책이라는 게 주식 매매를 금지시켜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도가 전부”라며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1929년 월스트리트(대공황)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외신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 증시의 랠리가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전혀 상관 없이 계속됐다는 점을 폭락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다. 시중 자금이 정부의 부양책과 저금리 정책 때문에 증시로 쏠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증시가 지난해 중반부터 지난달까지 3배 정도 올랐지만, 같은 기간 중국 경제 성장률은 2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으니 골이 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돈만 푸는 중국 정부
문제는 중국 정부가 돈의 힘만으로 증시를 부양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8일 공기업들에 상장회사 주식을 팔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연기금을 동원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부양의지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실패했을 경우에는 증시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로 전이되는 사태도 예상할 수 있다.
이미 구조적으로 정부 부양책만 가지고 떠받칠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강력한 개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것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이것은 그 동안 빚으로 증시의 랠리를 떠받쳐 왔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베나드 오 IG그룹 시장분석담당은 “공포는 이미 퍼졌고, 중국 당국은 지푸라기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번 상하이지수가 5,000을 찍었을 때 “지옥에서 빠져 나오라”고 경고했던 마켓워치 칼럼니스트 하워드 골드는 이번에는 “그 지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조언을 내놓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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