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시간당 1만2500원으로 25세 이상 600만명에 혜택
노동당 총선 공약보다 파격… '낮은 세금·복지' 캐머런 승부수에
노동계는 "손실 보상 어려워" 반발
영국 보수당 정부가 8일 대규모 복지지출 삭감계획을 밝히면서도 유독 최저임금은 대폭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내년 4월부터 25세 이상 모든 민간ㆍ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시간당 7.2파운드(약 1만2,500원)에 맞춘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영국의 최저 임금은 시간당 6.5파운드(약 1만1,360원)으로 21세 이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오스본 장관은 “최초 7.2파운드로 시작한 생활임금은 매년 인상돼 이번 의회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에는 9.35파운드(약 1만6,300원)까지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인상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25세 이상 600만 노동자의 임금이 대폭 오르는 효과를 갖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의 최저임금이 2020년에는 실질적으로 13%이상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2013년 기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5개국에서 최저임금 수준 10위를 기록한 영국의 성적도 2020년에는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경제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지난 5월 총선 당시 노동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8파운드(약 1만4,000원)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보수당이 한발 더 나간 모습이기 때문이다.
존 크리들랜드 영국산업연맹(CBI) 사무총장은 “이번 결정은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큰 도박”이라며 “임금 지불을 하려면 고용주들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분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고용자 다수가 최저임금을 받는 ▦서비스업 ▦소매업 ▦농업 ▦청소업 ▦사회복지 분야에서 고용주들의 도전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영자들의 모임인 관리자협회(IOD)의 사이먼 워커 사무총장은 “회원들이 결국 이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인상이 대규모 복지 삭감의 악영향을 상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란 비판도 있다. 이번 예산안 발표에서 오스본 장관은 앞으로 5년간 120억파운드(약 21조200억원)의 복지 지출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기업들은 많은 가족들이 세액 공제 삭감 및 주거 급여의 변화, 세 자녀 혜택 제한 등에서 피해를 봐 생활임금의 상승 여파를 압도할 것이라고 추정하며 “향후 몇 년간 빈곤과 불평등의 증가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조합도 최저임금 인상은 환영했지만 정부의 대규모 복지 삭감과 25세 이하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 점을 비판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리솔루션재단의 개빈 켈리 최고 책임자는 “오스본 장관은 노동인구 복지의 제한된 범위에서 120억파운드를 삭감하는데 집중함으로써, 노동빈곤층 고통의 불평등한 부분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높아진 최저 임금이 모든 저임금 노동자 가족의 손실을 보상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지난달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밝힌 ‘낮은 임금, 높은 세금, 높은 복지’사회에서 ‘높은 임금, 낮은 세금, 낮은 복지’사회로의 변화라는 기조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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