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어린이 환자가 수시로 배가 아프고 이유 없이 설사가 계속돼 필자 진료실을 찾아왔다. 환자는 또래보다 체구가 약간 작았는데, 정밀 검사결과 소아 크론병이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해 꾸준히 관리하면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성장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흔히 이런 질환이 과도한 음주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성인에게 주로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소아와 청소년이 많이 걸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4년)에 따르면 국내 크론병 환자는 1만 7,0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소아ㆍ청소년 환자가 전체의 20%에 달했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유전ㆍ환경적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몸의 면역체계가 장 점막을 공격하는 병적인 염증 반응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전형적인 만성 질환으로, 주로 소장, 대장을 비롯한 위장관 전반에 염증이 생기며 염증 정도와 발생 부위에 따라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
복통과 만성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이 크론병의 일반적인 증상인데, 소아 환자는 성장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소아 크론병 환자는 성인 환자와 달리 설사나 복통 등 특별한 복부 증상 없이 성장장애만 유일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크론병이 소장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장은 우리 몸에서 영양분 흡수를 담당하고 있어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음식물의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장외로 소실되면서 영양 부족이 되기 쉽다. 따라서 별 이유 없이 아이 성장이 또래보다 늦는다면 정밀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소아 크론병은 가능한 한 일찍 발견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치료와 함께 영양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로는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등이 있는데, 최근 종양괴사인자 생성을 막아 염증 작용을 줄여주는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돼 장 점막 치유에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주의할 점은 소아 환자의 경우 스테로이드제제가 키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능한 한 적게 사용해야 한다. 또 약물치료와 더불어 환자의 키와 체중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성장장애가 있는지 확인하고,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등을 보충해 줄 수 있는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소아 크론병은 제때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장기적인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아이의 성장발달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크론병 의심 증상을 호소할 경우 가볍게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단할 권한다. 또한 아이가 소아 크론병으로 진단 받은 경우 질환을 잘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증상과 질환의 관리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주고, 꾸준한 치료와 함께 성장장애가 나타나지 않도록 영양을 충분히 보충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양혜란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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