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안당국이 중국 해커의 소행으로 단정한 올 4월 미국 연방인사관리처(OPM) 전산망에 대한 해킹 공격으로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과 시민 2,150만명의 개인 신상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달 초 국토안보부가 400만명 이상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힌 해킹 사태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며, 정보 유출 규모는 미국 역사상 최대로 추정된다.
9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OPM은 이날 해커들이 연방정부 공무원이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 당국에 신원조사를 요청한 1,900만 명과 이들의 배우자 등 가족을 포함해 총 2,150만 명의 사회보장번호를 포함한 중요한 개인정보를 훔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유출된 신상정보에는 신원조사 신청자들의 인터뷰 내용은 물론 110만명의 지문이 포함됐다.
OPM은 지난달 국토안보부가 발표했던 해킹과 이번은 별개의 사건이지만, 서로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또 해킹을 통해 빼돌려진 미국 시민에 대한 개인정보가 어떤 식으로 악용됐는지에 관한 정보는 없다면서도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고 인정했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번 사건은 국가 안보와 방첩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코미 국장은 “미국 연방정부에서 근무했거나, 근무하기를 희망한 사람들에 대한 핵심 정보가 모두 노출됐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언론도 해킹으로 유출된 정보 가운데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자료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 첩보기관이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해외 파견 CIA 요원의 신분이 노출되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OPM 파일을 통해 노출된 해외 주재 미국 공관원 명단과 실제 명단을 대조하면, 외교관 신분으로 위장해 작전을 펴는 CIA 요원의 정체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번에도 ‘중국이 관련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미 당국자들은 정확한 공격 주체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중국과 관련된 해커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 미국 의원도 중국이 공격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다만 마이클 대니얼 백악관 사이버안보 조정관은 ‘아직 확답할 수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다’며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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