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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우리말의 장단음

입력
2015.07.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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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병아리 아나운서 시절,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선배에게 불려갔다. “새집과 새:집이 어떻게 다르지요?” “네? 그러니까 그게…” 잘못을 하긴 한 것 같은데 감이 오질 않았다. 얘기인즉슨 내가 변진섭의 노래 ‘새:들처럼’을 ‘새들처럼’으로 잘못 소개했다는 것이었다. 새집은 ‘new house’, ‘새:집’은 ‘bird’s house’ 가 된다.

우리말에는 소리의 길고 짧음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말이 많다. 캄캄한 밤에 밤:을 먹었다. 눈:이 내려 눈에 들어갔다. 벌:집을 건드려 벌을 섰다. 한:눈을 파니까 한눈에 못 알아보지.

한자어의 경우 장단음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말은 셀 수없이 많다. 일부러 불을 지르는 방:화(放火)와 불을 막는 방화(防火)는 다르다. 어른을 뜻하는 성인(成人)은 단음이지만 공자, 맹자와 같은 성:인(聖人)은 장음이다. 집을 뜻하는 가정(家庭)은 짧지만 가:정법(假定法)의 가정은 길다. 경제용어인 선물지수의 선물(先物)은 짧고 남에게 주는 선:물(膳物)은 길다. 강원도 영동(嶺東)과 충북 영:동(永同), 전라도 광주(光州)와 경기도 광:주(廣州)는 장단음이 아니면 얼른 구별하기 쉽지 않다.

영어가 강세의 언어라면 우리말은 장단의 언어이다. 문맥으로 파악하면 될 것을 일일이 따질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젊은 세대일수록 장음을 단음으로 발음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우리말은 장단음을 지킬 때 뜻이 더욱 잘 전달될 뿐 아니라 말의 운율이 살아나 품위 있고 아름답게 들린다.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찾아보면 좋겠다.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세상 아닌가.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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