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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리스 사태, 극적으로 급한 불길은 잡았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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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리스 사태, 극적으로 급한 불길은 잡았다지만

입력
2015.07.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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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그리스 사태가 마침내 타결됐다. 유로존 19개국 정상들은 13일(현지시간) 16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그리스에 추가 개혁안 이행을 조건으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해 3차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에 합의했다. 개별 회원국 의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개혁안을 추인 받은 만큼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앞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의 개혁안 이행에 대한 신뢰문제가 불거질 때만해도 그리스 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돈의 연속이었다. 최대 채권국 독일은 그리스의 개혁안 이행의지를 담보할 수 없다며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 그렉시트 현실화 공포가 번지기도 했다. 특히 핀란드가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등 유로존 내 빈국들이 그리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면서 그리스 구제금융을 놓고 유럽이 양분되는 분열상을 노출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 만기일을 앞두고 채권단이 그리스에 고강도의 긴축안을 제시했을 때만도 그리스 사태가 이 정도로 악화하리라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긴축안을 거부하고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이 사태를 더 혼란스럽게 한 측면이 크다. 결과적으로 치프라스 정부가 더 혹독한 개혁안을 제시할 수 밖에 없던 것을 두고 “이럴 거였으면 왜 국민투표를 했느냐”고 그리스 국민들이 탄식하는 이유다. 2010년 이후 1,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개혁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구제금융이 온전히 집행되지 못했던 과거의 교훈을 그리스 정부가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치르지 않아도 될 혼란이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 사태는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유럽에 적잖은 상처와 문제점을 던졌다. 무엇보다 통일된 재정정책 없이 화폐통합만을 추구하는 유로존의 본질적 한계가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재정이 취약한 유로존 내 빈국에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그리스식 금융위기는 유로존이 생존을 걸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울러 협상과정에서 재정건전성과 성장을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의 대립으로 유로존이 정치적 헤게모니 다툼의 장으로 비쳐진 것은 유럽통합의 가치에 큰 손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 사태 타결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다행이다. 국경 없는 국제금융시장의 특성상 그리스 사태와 같은 혼란은 언제든 빈발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빈틈없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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