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해외 법인장 회의서
"위기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전사적 판매 지원체제 강화하라"
“판매 일선에서 최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사적 판매지원체제를 강화하라.”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수 침체와 수출 저조라는 안팎의 위기를 뚫기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 판매 강화로 어려운 대내외 여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그룹은 1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몽구 회장 주재 하에 현대ㆍ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는 현대ㆍ기아차 해외법인장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상반기 지역별 실적 및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하반기 생산ㆍ판매 전략을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모두 이겨 냈다”며 “이 어려움을 체질 개선과 혁신의 기회로 삼자”고 말했다.
이에 현대ㆍ기아차는 판매 총력전을 펼치기 위해 하반기에 신차 효과를 극대화해 전년 실적을 상회하는 판매 기록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 신형 투싼을 투입하고, 인도를 비롯한 중남미, 중동 등 신흥시장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내놓는 등 글로벌 SUV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대표 글로벌 모델인 신형 K5의 성공적 시장 안착과 함께 유럽에서 씨드 개조차로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올 상반기 국내외 판매량이 395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2.4% 줄어드는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여기에 하반기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 신흥국 경기 침체, 엔화와 유로화 약세에 그리스발 유로존 경제 위기, 미국 금리 인상 전망, 중국 경기 둔화 확대 등 악재가 줄줄이 겹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자동차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8,630만대)에서 1.2%(8,550만대)로 대폭 낮췄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였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그나마 상반기(전년 동기대비 1.3% 성장)보다 하반기(1.1%) 전망이 더 나쁘다.
그러나 이날 정 회장의 발언은 현대ㆍ기아차가 악조건 속에서도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고 유럽에서도 시장증가율보다 높은 판매를 기록한 만큼 결국 판매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은 세계 시장과 반대로 전망이 밝다. 올해 판매량(1,720만대)이 전년대비 4.1% 증가해 14년 만에 1,700만대 판매 돌파가 예상된다.
아울러 현대차는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도 나선다. 현대차의 미국 프로 미식축구리그(NFL), 기아차의 미국 프로농구(NBA) 등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 후원을 통해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한다. 정 회장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강해질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이 단합해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라”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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