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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갑작스런 사면 지시, 정ㆍ재계 인사는 최소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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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갑작스런 사면 지시, 정ㆍ재계 인사는 최소한으로

입력
2015.07.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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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기정사실화된 ‘광복절 특사’가 만만찮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사면ㆍ복권 대상에 기업인과 정치인 여럿이 포함되리란 관측을 둘러싼 논란이 무성하고, 박 대통령이 취임 이래 지켜온 ‘정치인ㆍ기업인 배제’ 원칙이 무너지리라는 전망에 대한 찬반 논의도 잇따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개한 특사 계획은 짤막했다.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이 필요하다”며 “사면 범위와 대상을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게 전부다. 그러나 이 짧은 말에 많은 내용이 담겼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당장 지난해 1월의 설 특사 때와는 달리 정ㆍ재계 인사 배제 방침이 빠지는 대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이란 목적이 명시됐다. ‘국가 발전’은 최근 30대 기업 사장단의 기업인 사면 요청과 “기업인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 발언과 맞물리고도 남는다. 그 결과 광복절 특사에는 기업인이 당연히 포함되리라는 관측과 함께 해당 기업인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민 대통합’ 언급이 과거 정권 핵심 관계자를 포함한 정치인 사면ㆍ복권 관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사면권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전속적 권한이다. 따라서 그 행사 여부와 범위가 곧바로법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사면법에 따른 적정 절차만 거친다면 그만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이 ‘사면권 남용’ 논란을 피하지 못했듯, 정치ㆍ사회적 논란의 가능성은 늘 열려있다. 사면ㆍ복권 대상자 선정에서 이른바 ‘민생사범’은 겉치레에 그치고, 정치인ㆍ기업인에 사실상 초점이 맞춰져 ‘법 앞의 평등’이란 국민 일반의 법 감정을 해칠 때면 더욱 그렇다. 기업인이나 정치인이라고 역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지만,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헌법상 평등권의 해석 원칙에 비추어 설득력이 약하다.

아울러 부정부패 관련 정치인이나 개인적 이득을 앞세운 기업인의 사면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려면 그만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대통령의 자의적이고 무분별한 특별사면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논의의 재연을 막을 수 있다.

한편으로 현재의 광복절 특사 논란은 지난 5월 ‘성완종 사태’ 당시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 법무부가 실무적 검토에 들어갔던 일을 일깨운다. 광복절 특사가 정ㆍ재계 인사를 위한 것으로 드러나면, 당시 박 대통령의 언급은 ‘성완종 파문’ 희석용에 지나지 않았다는 의심만 커진다. 정ㆍ재계 인사 사면이 극히 제한적으로 추진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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