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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전승 자신감… 46.03% 부동표엔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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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전승 자신감… 46.03% 부동표엔 긴장감

입력
2015.07.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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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관들 합병 찬성 의사, 위임장 제출 총공세도 효과

삼성 "승기 잡았다" 자신감… 마지막까지 긴장 못 늦춰

삼성그룹의 미래가 달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여부가 드디어 17일 양 사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난다. 역사적인 주총을 앞둔 삼성은 최근 소액주주들의 긍정적 움직임, 시장 반응 등을 들어 합병 성사를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17일 오전9시 각각 서울 양재동 aT센터와 태평로2가 삼성생명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두 회사 모두 주총 안건으로 합병계획서 승인 건이 올라와 있다. 이 중에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삼성물산 주총이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일부 세력이 합병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통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제일모직은 특별한 반발 없이 합병 건이 통과될 전망이다.

삼성물산 주총 결의사항은 세 가지다. ▦합병계약서 승인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 ▦중간배당을 현물로 할 수 있게 하는 정관 개정 등이다. 이 가운데 합병 승인 건을 제외한 나머지 두 안건은 엘리엇 측이 주주로소 제안한 것이다. 삼성이 이를 부결시키려면 참석 주주 3분의 1 이상만 반대하면 되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우호지분 만으로도 가능하다.

양 사 주총에서 합병이 통과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9월1일자로 한 회사가 된다. 합병회사의 명칭은 삼성물산을 쓴다.

삼성은 합병 성사 낙관

삼성물산 주총을 하루 앞둔 16일 삼성 내부는 사실상 주총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특히 합병 성사의 열쇠를 쥔 소액주주들이 막판 삼성물산 쪽에 힘을 보탰다고 보고 결과를 낙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합병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합병비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정서적 차원의 불만을 표출했다”며 “합병은 성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삼성물산이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받아내기 위해 총공세에 나선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주총 약 1주일을 앞두고 신문, 방송, 인터넷 광고뿐 아니라 1 대 1 설득까지 나섰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15일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많은 직원들이 밖에 나가있어 회사 경영활동이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말했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분석도 소액주주들의 합병 찬성에 일조할 전망이다. 최근 들어 국내 다수 증권사들은 이번 합병이 무산되면 두 회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며 삼성그룹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잇달아 냈다.

국내 기관들도 줄줄이 합병 찬성 의사를 밝혀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앞서 삼성물산 지분 11.21%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데 이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0.34%)과 신영자산운용(0.11%), KTB자산운용(0.13%), 메트라이프생명보험(0.46%) 등도 찬성하기로 했다.

여기에 16일 서울고등법원 민사40부(이태종 부장)가 엘리엇이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항고한 ‘주총 결의금지·결의효력 정지’ 및 ‘KCC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모두 기각한 것도 삼성에 유리한 기류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힘입어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3.43% 오른 6만9,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발표 직전에 선정 기업 주가가 급등했던 것처럼 시장은 먼저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주총 전날 삼성물산 주가가 올랐다는 것은 시장이 합병 성사로 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시스 자료사진
뉴시스 자료사진

주총 참석률과 주총 시간이 변수

그러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기 때문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변수는 표싸움에 영향을 미칠 복병의 등장이다.

재계에서는 삼성 특수관계자와 KCC, 국민연금 등 합병에 찬성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지분이 42.04%, 엘리엇 등 반대 진영의 지분이 11.93%라고 본다. 나머지 46.03%에 해당하는 소액주주와 외국인 중 대부분은 이미 삼성물산이나 엘리엇 한 곳에 위임장을 전달한 상황이지만, 정확히 어느 쪽이 얼만큼 표를 확보했는지는 주총장에서 표 대결로 알 수 있다.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던 이들이 주총에 직접 참석해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주총 참석률이 80%를 크게 웃돌거나 주총 진행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삼성에 부담이다. 합병안 통과에는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총 참석률이 85%일 경우 56.7%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여기에 삼성물산은 합병계획 승인 건이 표결될 때까지 3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보는데, 만약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경우 주총 시간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가늠할 수 없다. 삼성은 몸싸움이나 정회 등 불필요한 잡음이 생길 경우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엘리엇은 이날 두 건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고법이 기각하자 즉각 대법원에 재항고 하겠다고 밝혔다. 재항고 결과는 주총 이후에 나와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예고여서 긴 갈등이 예상된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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