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벌써 환자 8명, 지난해 건수 뛰어넘어
초기 증세 감기와 유사, 제때 치료해도 치사율 높아
소아·영유아 발병 많아, 생후 2개월부터 백신을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처럼 중동에서 유행하는 질환인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1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감시 웹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 6월까지 발생한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 수는 8명으로, 지난해 1년간 발생한 환자 수(5명)를 뛰어넘었다. 한국수막구균성뇌수막염센터는 “6월에만 5건이 잇따라 발생했고, 부산에서 3세 남아가 수막구균 뇌수막염으로 사망하는 등 예후가 좋지 않다”면서 “수막구균 감염 위험이 높은 소아청소년 및 대학생, 유학생 등은 감염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병욱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첫 증상 후 1일 이내 사망 혹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급성질환이지만 흔하게 발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방과 관리에 소홀하면 메르스 사태와 같은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면서 “작년 8월 싱가포르에서 수막구균 뇌수막염이 유입된 사례가 있어 사전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싼 막이 수막구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세균성 뇌수막염의 일종이다. 주로 컵이나 식기를 나눠 쓰거나, 기침 재채기 키스 등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메르스처럼 중동이 주요 발생지역이다. 198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800여 명이 수막구균에 감염됐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아프리카에서도 발생하고 있는데 2009년 에티오피아 케냐 등 사하라 이남지역 14개 국가에서 9만여 명이 감염돼 사회ㆍ국가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했다.
중동과 아프리카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숙사 등에서 단체생활을 갓 시작한 대학 신입생들 사이에서 주로 발병해 ‘캠퍼스 킬러 감염병’이라 불릴 만큼 흔한 감염질환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2,400~3,000명이 수막구균에 감염돼 환자 10명 중 1명꼴로 사망한다. 영국에서도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웨일즈지역에서 1,166건이 발생했다. 캐나다에서는 매년 298건, 뉴질랜드에서는 매년 100건 정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감염돼 사망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국방부는 2011년 11월부터 신입훈련병을 대상으로 수막구균 뇌수막염 백신을 의무접종하고 있다.
문제는 메르스처럼 초기 증세가 감기와 유사해 의료진조차 조기진단 및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증세를 발견해 제때 치료해도 10명 중 1명은 사망하고, 5명 중 1명은 뇌 손상, 사지절단, 피부괴사 등 영구적이고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급성 감염질환이다. 전문의들은 “지금은 환자수가 많지 않지만 대규모 감염사태가 일어날 경우 사회ㆍ국가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10세 미만 소아 및 영유아 비율이 전체 환자의 31%를 차지하고 있어 경계 대상이다. 질병관리본부 웹통계에 따르면 국내 발병 환자 중 0~1세 영아 비율이 전체 환자의 16%에 달했다. 전문의들은 “모체로부터 받은 면역이 줄어들고, 자가 면역이 형성되기 전인 생후 6개월 이하 영유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면서 백신을 통한 사전예방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병욱 교수는 “최근 수막구균으로 영유아가 사망함에 따라 영유아 백신접종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수막구균 질환은 일단 발병하면 손 쓸 시간 없이 진행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생후 2개월부터 백신을 통한 사전예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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