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고 있는 영국인으로서 내가 자랐던 나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안타깝게도 내가 알게 되는 사건과 동향에는 자주 실망하곤 한다. 최근 가장 걱정스러운 추세 중 하나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벌어진 성별 격차다. 영국은 2006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각국 성 평등 조사에서 9위에 올랐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2014년에는 26위까지 떨어졌다. “어떻게 이런 엄청나게 떨어질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성별 격차 문제는 영국보다 밑인 117위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에서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성 차별은 영국보다 한국에서 훨씬 더 명백하고 광범위하게 만연해 있다.
숙명여대에서 3년째 근무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에 관해 자주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가정, 사회생활, 연애, 사회적·문화적인 기대에 있어 다면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한국 내 젊은 여성에게 거는 기대들은 불합리하며 불가능하고 전체적인 사회복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박 대통령이 분명하게 주장했던 ‘여성 혁신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여전히 몹시 가부장적이며 여성혐오증을 드러내고 있다. 주요 문제들 중 하나는 한국 여성들이 대중문화를 통해 사회화되면서 여성이 소유할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 신체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영국 소설가 진 리스가 1966년 ‘제인 에어’에서 영감을 받아 쓴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영국문학에서 주요 고전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는 아내 버사를 물건 취급하는 한 방법으로 그녀를‘인형’이라고 불렀고, 그는 그 자신을 위해 경제력을 뺏을 수 있었다. 이는 매우 비극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상관관계가 정확하게 한국의 대중문화와 젊은 여성 사이에서 발생한다. 연세대 알조사 푸자르 교수는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외모, 태도, 행동을 ‘인형화’해야 한다는 극심한 압박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인형화’는 정체된 상태를 인내하고 보존하게 한다”고 했다.
‘인형화’의 과정은 사실상 한국 사회구조를 그대로 나타내며 여성들의 행동에 대해 비현실적인 것들을 기대하게 하고, 효과적으로 그들의 주체성을 축소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소한 왜 한국 여성들이 우울증으로 더 고통 받는지, 또 인간관계에서 구박받기를 꺼려하지 않는지 부분적으로라도 설명해준다.
2주 전 서울 필름 소사이어티에서 1975년 한국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를 상영했다. 이 영화는 산업화 시기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영자는 고향의 아픈 어머니와 어린 형제들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일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는 수차례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며 어떠한 신분상승의 기회조차도 얻지 못한 채 매춘을 하게 됐고 깊은 우울증에 빠져들게 된다.
영자는 같은 세대 모든 젊은 여성들의 고통, 괴로움, 굴욕, 좌절된 야망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4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바뀐 것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학문이나 사회생활에 대한 야망은 가족과 남자형제들의 이익을 위해 여전히 자주 희생된다. 매춘은 불법임에도 여전히 널리 허용되고 있다. 여성들도 여전히 학대 받는 것에 대해 침묵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성 불평등에 관한 심각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영화배우 산드라 블록은 최근 서구 매체의 여성 혐오적인 태도에 관해 “어린 소녀와 여성들을 해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말이다. 이 상황에 나는 정말 두려움을 느낀다.”며 불평을 쏟아냈다. 그가 옳다.
성공한 여성들은 특히 전통적인 성 역할이 지배적인 한국 같은 나라에서 관습을 뒤엎고 그 문화는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여성이 자신을 향해 만들어진 인형 틀에서 벗어날 때 미디어는 그를 맹렬하게 비난하고 공격한다. 우리가 이를 급진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나라 전체의 사회복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배리 웰시 숙명여대 객원교수ㆍ서울북앤컬처클럽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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