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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없는 기업은 오래 못 가… 사원들도 뜻 공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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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없는 기업은 오래 못 가… 사원들도 뜻 공유해야"

입력
2015.07.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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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어렵다 보니 창업을 해도 초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창업 3년 후 생존율이 41%로, 17개 조사 대상국 중 꼴찌다. 숙박, 도소매업 등 부가가치가 낮고 시장 진입이 용이한 생계형 창업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의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창업자들은 다르다.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이 높은 업종을 준비하는 예비 청년창업자(만 39세 이하) 또는 창업 후 3년 이내인 기업 대표를 선발해 1년 간 기술 및 사업비 등을 지원해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졸업한 1기 212명이 창업 3년 차인 지난해 말 기준 생존율이 82.5%다. 이 곳을 나와 자리 잡은 기업 대표 4명을 만나 창업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세계 첫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

응급실 죽음 목격하며 개발 결심

해외서도 원격진료 가능한 장점

미국 등 20개국과 수출 협의 중

벤처 붐 때 한 차례 실패 겪기도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지난 17일 서울 구로동 서울시창업지원센터에서 만난 모바일 의료기기 개발업체 ‘힐세리온’의 류정원(42) 대표는 주력 제품을 묻자 길이 20㎝, 무게 390g의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기를 꺼내 배에 갖다 댔다. 기기와 연동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를 실행하자 화면에 흑백의 초음파 영상이 나타났다.

바로 세계 최초의 휴대용 초음파 기기다. 콘센트에 전원을 꽂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100㎏ 이상인 일반 초음파 기기를 의사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다.

지난해 말 처음 양산하자마자 사전 주문을 한 업체들이 3억5,900만원어치를 구입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류 대표는 “이 제품만 있으면 해외에서도 원격 진료가 가능하다”며 “올해 미국, 동남아, 동유럽 등 20개국이 관심을 보여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직원 20명을 데리고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류 대표는 사업에 실패한 적이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1997년 뒤늦게 서울대 자연과학부에 입학해 전기공학을 복수전공한 그는 2001년 2월 졸업 직후 선배와 디지털 영상장비업체 ‘디지젠’을 창업했다. 여기서 개발한 장비는 한때 10억원 이상 투자받을 만큼 주목받았는데 닷컴 열풍이 꺼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류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인공지능과 생체신호 등을 공부하기위해 2005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고 2009년 학업을 마친 뒤 의사가 됐다. 그러던 중 2011년 응급실에서 산모와 태아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휴대용 초음파 장비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산모의 심장이 정지된 응급 상황이었는데 초음파 장비가 없어서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휴대용 초음파 장비가 있었다면 태아 상태를 확인해 태아라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을 겪은 그는 2012년 ‘더 많은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줄 의료기기를 만들어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기업 철학을 갖고 힐세리온을 설립했다. 류 대표는“힐세리온은 기업 철학에 공감하는 개발자들만 합류했다”며 무엇보다 기업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굴곡이 있기 마련인데, 철학이 없으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첫 창업 때 기업 철학이 뚜렷하지 못하다 보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사업이 어려워지자 서로 탓했다”며 “철학이 없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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