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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그녀, 언젠간 도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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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그녀, 언젠간 도전하고 싶었어요

입력
2015.07.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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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차 '믿고 보는 배우' 평가

기존 발성 버리고 허스키 목소리로 노래

"기존 캐릭터와 달라 해 보고 싶어"

전미도는 “수년간 쉴 틈 없이 연극 뮤지컬에 출연해 왔다. 이제까지 무대 공연에만 몰두했지만 앞으로 영화, 드라마 같은 영상 연기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전미도는 “수년간 쉴 틈 없이 연극 뮤지컬에 출연해 왔다. 이제까지 무대 공연에만 몰두했지만 앞으로 영화, 드라마 같은 영상 연기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깡말라서 실제보다 작아 보이는 체구, 오목조목한 동양적인 이목구비와 작은 얼굴, 소녀부터 악마까지 자유자재로 바꾸는 목소리…. 데뷔 10년차 전미도(33)는 어떤 캐릭터든 담을 수 있는 무색무취를 무기로, 배우들이 꿈꾸는 주요 역할을 도맡아왔다. 2007년 연극 ‘신의 아그네스’의 아그네스 역할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베르테르’, 뮤지컬 ‘닥터지바고’ ‘영웅’ 등을 거치며 관객은 물론 배우들 사이에서도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전미도가 새롭게 도전하는 역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 수년 째 인터뷰를 할 때마다 맡고 싶은 배역으로 노래를 불렀던 역할이다.

15일 서초구 양재역 한 카페에서 만난 전미도는 “알돈자는 거칠면서도 내면은 여린 여자다. 노래 한 곡으로 여자의 일생이 다 드러나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외모가 평범해서 그런지 대학시절부터 할머니, 소녀, 여주인공 친구 같은 역을 주로 맡았고, 굉장히 여성적이거나 반대로 거친 캐릭터는 (섭외가) 안 들어왔어요. 기존에 제가 맡은 캐릭터랑 달라서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죠.”

올해로 국내 초연 10년을 맞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감옥으로 끌려온 세르반테스가 자신이 쓴 희곡 ‘돈키호테’를 죄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극중극. 가끔 몸을 팔기도 하는 여관 하녀 알돈자는 돈키호테로부터 ‘둘시네아’(사랑스러운 여인)로 불리며 돈키호테에게 ‘임파서블 드림’(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를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역할이다.

“알돈자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갈등을 겪죠. 너무 천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돈키호테가 귀한 사람이라며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하니 ‘나도 그렇게 살아봐?’하는 지점에서 집단 강간을 당해요. 감정선이 폭 넓은데다 각각의 감정이 우리가 평소에 매번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니죠.”

‘독한 연습’으로 정평이 난 배우인 만큼 이번 작품 준비도 호락호락하진 않을 태세다. 전미도는 지난해 연극 ‘메피스토’에서 마이크 변주를 한 듯한 갈라진 목소리로 신들린 악마 연기를 선보였고, 올해 초 뮤지컬 ‘원스’의 걸 역을 따기 위해 피아노 건반 치는 순서를 통째로 외워(그는 악보를 읽을 줄 모른다) 오디션을 봤다. 그는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편인데, 그리고 나서 매번 후회하지만 선택의 순간이 다시 오면 저도 모르게 (감당하기 어려운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알돈자 인생이 집약된, 연극의 독백 같은’ 넘버는 기존의 맑고 깨끗한 발성을 바꿔 허스키한 목소리로 들려줄 생각이다. 인터뷰 내내 쉰 목소리로 대답하던 그는 연습으로 멍 든 두 팔을 보이며 “정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객석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너스레를 떤다.

“알돈자 다음에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요? 코미디물이요(웃음). 계속 무거운 작품을 했더니 스스로 웃으면서 할 수 있는 해봤으면 좋겠어요.”

공연은 30일부터 11월 1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1588-5212)에서 열린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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