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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얽히고설키다

입력
2015.07.2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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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나 관계, 감정 따위가 복잡하게 꼬여 있을 때 ‘얽히고설키다’란 말을 쓴다. 그런데 그 표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왜 ‘얼키고설키다’나 ‘얽히고섥히다’로 적지 않고 ‘얽히고설키다’로 쓰는 걸까? 같은 ‘키’ 소리가 반복되는데 앞의 것은 ‘히’로, 뒤의 것은 ‘키’로 적는다.

‘얽히고설키다’, 이 말의 표기엔 우리말 맞춤법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알면 다른 웬만한 것들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은 ‘구름, 하늘’처럼 우리말의 발음에 따라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다. 어법에 맞게 적는 것은 ‘구르미, 하느리’로 소리 나는 말들을 ‘구름이, 하늘이’로 구분해서 적는 것이다. 이것은 ‘구름’과 ‘하늘’에 ‘이’가 결합해서 그 말들이 문장의 주어 역할을 한다는 것을 쉽게 나타내 준다. 만약 소리대로만 적는다면 ‘구름과, 구르미, 구르믈’처럼 같은 뜻을 나타내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모습으로 적힐 것이다. 그러면 ‘구름과, 구름이, 구름을’로 적을 때처럼 뜻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읽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같은 뜻을 지닌 말은 항상 같은 형태로 적는 것이 어법에 맞도록 하는 원칙이다.

‘얽히고설키다’에서 ‘얽히다’는 ‘얽다’에서 온 말이다. ‘이리저리 관련이 되게 하다’를 뜻하는 ‘얽다’에 ‘히’가 붙어서 된 말이므로 어법에 맞게 쓰는 원칙에 따라 ‘얽히다’로 쓴다. ‘설키다’는 ‘섥다’가 우리말에 따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섥히다’로 적을 이유가 없다. 따라야 할 어법이 없으므로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설키다’로 적는다. 그래서 ‘얽히고설키다’란 표기가 생겨난 것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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