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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 ‘K리그 신성’ 외면한 슈틸리케의 실수

입력
2015.07.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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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이를 매우 흥미로운 대회로 생각하는데, 지난 대회 이후 벌써 2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윤일록이 멋진 골을 성공시켰던 잠실의 밤이 여전히 생생하다. 홍명보 시대의 시작이 될 것으로도 여겨졌다. 사람들은 홍명보가 대한민국 감독으로 성공적인, 긴 역사를 만들어나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동아시아 대회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기회다. 팬들도 언론도 이 대회는 새로운 선수를 기용해 테스트하는 무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동아시아 대회 우승컵을 심각하게 여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중국의 분위기는 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라이벌들에게 패하는 일은 언제나 부담이다. 우승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형편없이 패할 때는 생각보다 큰 위험이 다가올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몇몇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준 것은 긍정적이다. 슈틸리케에게 기대하던 바다. 해외에서 선수들과 훈련하며 미니 토너먼트를 치르는 것은 굉장히 유용한 시간이다. 월드컵, 아시안컵과 이 대회들을 예선을 제외하면 동아시안컵은 가장 그럴싸한 실전 무대가 될 수 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사실은 3명의 골키퍼 중 2명이 J리그 2부 리그 소속이라는 점이다. 일단 기다리며 저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봐야겠지만, 겉보기에는 아주 긍정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골키퍼에게는 2부 리그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이 J2에서 상대하는 공격수들은 일본 최고 수준의 스트라이킹 능력을 보이는 선수들이 아니다. J2 공격수들은 일단 슈팅 자체가 1부리그 톱레벨 스트라이커보다 부정확하다. 이번 결정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골키퍼를 높이 평가하지 않음이 나타났다.

서울 이랜드FC의 스트라이커 주민규(가운데). 한국 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 이랜드FC의 스트라이커 주민규(가운데). 한국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쿼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주민규(서울 이랜드FC)의 탈락이다. 그를 선발하지 않는 것은 커다란 실수라고 생각된다. 어째서 주민규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들여다볼 기회를 포기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민규가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약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아시안컵 스쿼드에 뽑혀 활약했던 이정협도 2부리그 소속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주민규의 득점 기록(올시즌 7월 21일 현재 20경기 16골)은 이정협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

너무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한국 축구에서 항상 필요한 존재는 골스코어러다.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니고 오랜 시간 이어진 현상이다. 아주 오랜만에, 관중의 눈을 즐겁게 하는 골을 계속해서 터뜨리는 스트라이커가 나타났다. 물론 주민규가 미래 대한민국 공격의 해답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주민규를 자세하게 확인하지도 않고 ‘주민규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동아시안컵 같이 완벽한 기회도 없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만 든다. 월드컵 예선 같은 경기들은 부담도 크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들이다. 완전한 무(nothing)에서 새롭게 나타난 선수를 파악하기에는 적절한 배경이 아니다. 지금 주민규와 2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올해 후반기 혹은 내년에 보낼 이틀보다 훨씬 나았을 텐데 왜 그랬을까?

주민규를 뽑음으로써 ‘누구나 경기력만 좋으면 대표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가끔 감독들은 언론을 따르는 것이 싫어서 언론에서 언급되는 선수들을 뽑지 않는 경우가 있다. 컨디션이 올라와 있는데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이다. '언론에 끌려다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아시안컵은 새롭게 나타난 재능을 테스트하기에 너무 완벽한 기회였다.

슈틸리케가 지금 주민규를 뽑았더라면, 미래에 그를 뽑자는 언론과 팬들의 강력한 요구가 나와도 ‘동아시안컵에서 자세히 봤는데 아직 대표로는 부족하다’며 일축할 수 있었다.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물론 동아시안컵을 통해 그의 잠재력을 더 발견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지금 컨디션이 매우 올라온 선수이기에 ‘태극 마크’라는 새로운 동기 부여와 함께 더 엄청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었다. 이번에 선발했으면 선수-K리그-대표팀 모두가 잃을 것이 없는 결정이 되었을 텐데, 앞으로도 주민규가 계속 잘하면 그를 둘러싼 복잡한 그림이 그려질지도 모른다.

이번 스쿼드에 포함된 다른 공격수들이 골을 엄청나게 많이 터뜨리는 유형도 아니다. 주민규가 들어와 대한민국 스트라이커들의 경쟁심을 이끌어냈다면 한국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졌을 것이다.

주민규 역시 지금까지 함께 한 선수들보다는 수준 높은 동료들과 훈련하며 새로운 눈을 뜰 수 있었다. 국제 무대에서 다양한 수비수들을 상대하는 것도 공격수로서의 대처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기회였을 것이다. 아주 큰 부담이 없는 대회이기에 이러한 일을 해내기에 딱 좋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에는 실수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K리그에서 화끈한 골을 계속 터뜨리는 스트라이커가 나오는 것이 결코 흔한 일이 아니기에 더욱 아쉽다.

축구 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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