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유출’ 증인 출석, 소환 5번째 만에… 적극 발언
"문건 17건 본 기억 거의 없어, 정윤회 내용은 재미있어 봤다"
“나는 원래 정치권력에 관심이 없다. 나를 이용해 뭘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7) EG 회장이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창영) 심리로 열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 소환 5번째 만에 처음 법정에 나온 그는 예상과 달리 제기된 일부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하려 했다. 특히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선 두둔하면서도 그를 ‘조 전 비서관님’이라고 불렀다. 그가 자신의 측근이란 일부 시각에 거리를 두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먼저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 문건들을 박 회장 측에 전달한 목적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데에 있지 않냐는 검찰 질문을 크게 부정했다. 그는 “조 전 비서관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난 정치 권력에 심하게 말하면 굉장히 냉소적이다”며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는 조 전 비서관이 (문건을 전달해) 저를 이용해서 뭔가 한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같은 내용의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서도 “추측이고 전혀 그런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간중간 헛웃음을 섞어 가며 증언하는 여유를 보였다.
박 회장은 그 동안 추측으로만 나돌 던 내용 일부를 확인했다. 자신의 비서였던 전모 변호사로부터 ‘청와대 문건’을 전달받거나 보고 받은 사실도 인정했다. 박 회장은 다만 “대부분 구두로 보고를 받아 정확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문건이라고 하는데 문서에 명의가 없어 청와대 공식 문건인지 알 수 없었다”며 “보고서 형식이 아닌 A4용지에 메모 형식으로 쓴 것들이었다”고 했다.
박 회장은 한때 대통령 측근으로 불렸던 정윤회씨와 관련된 내용은 보다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 17건을 본 기억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시종일관 “거의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답하면서도 정윤회씨 관련 문건에 대해선 “특이하고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서 본 기억이 있다”고 했다. 정씨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시중 소문에 대해 민정수석실을 통해 확인하려 했던 사실도 시인했다.
조 전 비서관의 청와대 근무가 박 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해 이뤄졌다는 내용도 처음 공개했다. 박 회장은 “민정(수석실)에서 누구였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새로 (우리 부부를 담당할) 비서관이 업무를 맡아야 하니 보자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면서 “새 사람들한테 우리 이야기를 하고 그런 것이 부담되고 저만 아니라 집사람인 서향희 변호사까지 (관리)해야 하니 부담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거의 대통령과 통화가 없지만 그때 (그냥 조 전 비서관이 우릴 담당하는 걸로 해달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부연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후보자 친인척에 대한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일 하며 박 회장을 처음 만났고, 이후 박 회장 부부를 ‘관리’해 왔다.
박 회장은 조 전 비서관이 자신 부부를 ‘관리’하는 업무에 대해 “민정실이 대통령을 위해 있는 것이지 친척을 위해 있는 건 아니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면서 “문제가 되면 검찰이 조사하는 것이며 민정이 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의 관리로 인해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친인척이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조 비서관이 집사람이 변호사 일을 접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고, 집사람도 그걸 받아들였다”면서 “덕분에 우리가 쌍둥이도 낳았다”고 지난 4월 출산한 아들 쌍둥이를 언급하며 웃어 보였다.
박 회장은 과태료 200만원 처분에 이어 법원의 강제구인 조치까지 내려지자, 이날 증인소환 5번 만에 처음 법정에 나왔다. 박 회장은 재판 전 신청한 ‘증인지원절차’를 통해 일반인 통로가 아닌 재판부가 드나드는 법정 안쪽 통로를 이용, 법대 앞에 섰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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