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에 가출" 사유까지 조작
국정원 "전반적 사실관계 다르다"
국가정보원이 자살한 직원 임모씨의 실종 당시 가족에게 거짓 신고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21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국정원 관계자는 18일 오전 8시쯤 임씨의 부인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오늘 (임씨가) 왜 아직도 (사무실에) 안 나왔냐”고 물었고, 부인은 “이미 5시에 (출근한다며) 나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휴일이라도 업무가 있으면 8시 이전에 항상 사무실에 나타나던 임씨가 도착하지 않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화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정원은 2시간 뒤인 오전 10시까지도 임씨가 출근하지 않자 상황을 위중하게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정원 측은 임씨에 대한 감찰반 조사가 예정된 10시가 되자 다시 부인에게 전화해 “즉시 경찰에 (임씨를) 실종신고를 해라”며 “(경찰에 말할) 실종 사유는 ‘부부싸움으로 집을 나갔다’ 정도로 하고 위치추적도 요청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거짓 신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간첩조작 사건 당시 초동 대응 미비로 집중 비판을 받았던 국정원이 이번에는 무리하게 임씨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다 비극을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정원이 직원의 신분을 숨기면서 향후 파장을 줄이기 위해 (거짓 신고 지시로) 사전에 물 타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은 “전반적으로 사실 관계가 다르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 측은 여당을 통해서도 “강도 높은 감찰이 진행된 적도 없고, (18일) 10시에 조사도 예정돼 있지 않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정원과 부인의 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임씨가 감찰반에서 조사를 받은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사건 정황을 물어보는 정도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임씨가) 압박을 받긴 했겠지만 (감찰반이) 강하게 조사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며 “임씨가 (정식조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10시에 감찰반 조사가 예정됐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국정원은 국정원 직원법 27조(가 명시한) 징계대상자 진술권에 따라 작성된 진술서와 감찰 조서를 정보위에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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