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저작권신탁단체 두 곳이 330억 원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얼핏보면 50년간 독점해온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와 지난해 새로 생긴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이하 함저협)의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지만 한 발 가까이 들여다보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표면상 갈등은 각 협회의 수입원인 회원을 뺏거나 지키려는 싸움이다. 그 동안 방송에 사용되는 배경음악과 일반음악의 사용료는 차등 지급됐다. 많게는 1:10의 비율로 책정됐다. 이 것을 함저협이 파격적으로 방송기여도에 따라, 때로는 1:1도 가능한 분배안을 내놓았고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해줬다.
다만 이같은 방식은 함저협 회원에게만 적용된다. 음저협 회원은 그대로 1:10의 기존 방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일 음저협 소속의 음악인 50여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광부와 함저협을 향해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죽이는 처사"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이 자리에는 윤종신, 윤일상, 나얼, 신중현, 김형석 등도 있었다.
음저협 회원은 종전대로 사용료를 분배 받을 수 있는데 기자회견까지 열고 성토하는 게 의문으로 남을 수 있다. 방송사들이 저작권 신탁업체에게 건네는 330억 원의 흐름을 따져보면 해답이 나온다.
방송사들은 매년 저작권신탁단체에 일정 사용료를 지불하고 방송에 음악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올해는 330억 원을 내놓았고, 가입회원 규모에 따라 음저협과 함저협으로 배당된다. 예를 들어 음저협 회원이 10명이고 함저협 회원이 1명이면 각각 300억 원, 30억 원씩 나눠 갖는 형태다.
이제 배경음악업체를 비롯한 소수작가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함저협으로 이동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문광부의 개정안 이후 96:4 정도였던 규모 차이가 80:20 수준으로 함저협의 세가 늘어났다는 소문도 있다. 결국 함저협만의 배경음악 권리 확장이라고 해도 음저협에 속한 일반음악 창작자들에게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방송 배경음악은 '라이브러리'라고 불리는 전문업체가 공급하는데, 음원 절반 가까이는 외국곡이다. 그만큼 국부 유출도 우려되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함저협은 "반대로 배경음악을 창작하는 국내 저작자 비율도 절반을 넘는다. 오히려 개정안을 통해 국내 배경음악 분야의 육성을 촉진할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문광부의 개정안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창작자들의 원성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형석 작곡가는 "단 한번의 공청회 없이 문광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꼬집었고, 가수 박학기는 "대중음악계를 송두리째 흔드는 규정인데 여론 수렴 없이 처리했다"며 원천무효화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문광부의 노골적인 밀어주기라는 시선도 있다. 지난해 함저협을 승인해주고도 예상만큼 경쟁력을 찾지 못하자 한 번 더 힘을 실어주어 역풍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그동안 음저협 소속이던 라이브러리 업체가 줄곧 높은 분배를 요구하다가 절묘한 시점에 음저협에 탈퇴신청을 낸 것과도 맞물린다.
함저협은 "5초 미만의 배경음악과 4분짜리 일반음악을 똑같이 분배한다는 게 아닌데 곡해됐다"며 "방송음악 중 85%를 책임지는 배경음악, 라이브러리 음악 저작자들의 차별과 편견을 깨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기자회견 다음날인 21일 가수 개리는 음저협을 겨냥해 35억원 미정산 발언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중음악 창작자들의 권리 보장을 외쳤다가 일격을 당한 음저협은 "35억원은 개리에게 돌아갈 전송사용료가 아니라 협회 전체 회원들의 몫"이라며 "문광부가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바꾸면서 권리지분을 따지다가 미분배금이 쌓였다. 하지만 4~5월께 모두 마친 상태였는데 왜 이제와서 다시 언급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개리 측은 "지난해부터 정상적인 정산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말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고 말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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