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측, 첫 공판준비기일서 혐의 부인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로 홍준표(61) 경남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 측이 23일 “홍 지사에게 악감정이나 유감은 전혀 없지만, 그에게 정치자금을 건넨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 심리로 열린 홍 지시와 윤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윤씨의 변호인은 이 같이 말했다. 투병 중인 윤씨는 이날 재판에 참여했지만, 발언은 하지 않았다.
홍 지사는 이날 연가를 내고 경남도청에 출근하지 않았는데 법정에도 오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옛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윤씨로부터 쇼핑백에 든 1억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홍 지사 변호인은 “돈 전달 시기가 6월로만 돼 있는데 일시를 특정할 수 있는지, 한다면 그게 언제쯤이냐”고 검찰을 압박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는 두 달여 기간 범위만 밝혀도 특정된 걸로 인정한다”면서 “윤씨조차도 특정하지 못하고, 국회 출입기록은 보존기간이 지나 일시 특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2011년 6월 19일은 홍 지사가 당대표 입후보를 공식 선언한 큰 이벤트인데 그 전후 특정도 곤란한가”라고 묻자 검찰은 “차후 특정하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전날 이완구 전 총리의 재판과 똑같이 ‘신속한 재판 진행’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금품 공여자가 사망해 전달자 등 진술이 일관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이에 홍 지사 측은 “윤씨 검찰 진술을 못 봐 신속한 진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책임을 검찰 탓으로 돌리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홍 지사는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24기 동기인 이철의 변호사를 선임했으나 논란이 일자 이날 지정철회서를 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8월 26일.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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