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을 허기로 착각해 과식, 짜증 내고 집중력 떨어지기 쉬워
다이어트가 탈수 증세 부르기도
암환자는 입안 촉촉히 유지하고 여성은 평소 섭취량의 2배
노인은 시간 정해놓고 마셔야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며 여름철 물 마시기를 꺼리는 여성들은 외려 비만을 걱정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몸에 수분공급이 안돼 갈증을 느끼는 것을 배가 고픈 것으로 착각해 물이 아닌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덕희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평소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여성 중에는 수분이 부족해 갈증이 생긴 것을 배가 고픈 것으로 착각하는 여성이 많다”면서 “만성적으로 탈수현상이 일어나면 먹지 않아도 될 음식을 섭취해 비만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여름만 되면 짜증을 심하게 부리는 여성이라면 탈수증상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강덕희 교수는 “여름철 물을 적절하게 섭취하지 않으면 탈수증세로 인해 짜증이 나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여름철 입맛이 없다고, 업무 때문에 식사를 거르고 아이스커피나 유산균 음료로 허기를 채우는 여성들도 비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탈수증상을 혈당이 떨어진 것으로 잘못 알고 아이스커피나 유산균 음료를 마시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들 음료는 비록 액체이지만 여기에 함유된 열량은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축적된다”고 했다. 전문의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수분섭취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남성에 비해 체지방이 5~10% 정도 많고, 체중의 60%가 수분인 남성에 비해 여성의 수분함유량은 50%에 불과하다. 노혜미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근육은 적고, 지방이 많아 몸에서 수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지만 체내 수분이 잘 빠져나가는 여름철에는 평소 마시는 물의 2배 정도 물을 마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여성들이야 말로 지속적으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몸 속 세포들이 간만에 들어온 물을 저장해 체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물을 잘 마시면 세포들이 물을 간직하려 하지 않고 내려 보내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나친 다이어트도 탈수에 원인이 될 수 있다. 평소 음식을 짜게 먹지 않았는데 입이 마르고 갈증이 난다면 식사량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박민선 교수는 “다이어트 등 이유로 식사량을 급격히 줄이면 갈증이 유발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수분흡수도 중요하지만 식사량을 늘리면 갈증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항암ㆍ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도 여름철 수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항암치료 시 암세포는 물론 입안 점막세포가 괴사, 구내염이 발생하기에 환자들은 늘 입안을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물을 마시지 못할 경우 물을 입안에 머금었다고 뱉는 것도 구내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노혜미 교수는 “방사선 치료 시 침샘까지 방사선이 투과되면 침샘 기능이 저하돼 침이 분비되지 않을 수 있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했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아 탈수가 되면 피로감, 혈류량 감소, 집중력 저하, 노화촉진, 변비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문제는 우리 몸이 탈수증상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문의들은 “갈증을 느낀다면 이미 탈수가 일어난 것”이라면서 “갈증을 느끼기 전에 수분을 섭취해야 하고, 특히 갈증감각이 무딘 노인들은 시간을 정해 물을 마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상에서 탈수증세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평소보다 집중이 되지 않고 입이 마르면 탈수증세를 의심해야 한다. 소변 색깔과 양도 중요하다. 강덕희 교수는 “평소에 비해 소변 양이 줄고 소변 색깔이 진하면 탈수현상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물은 인체 내 노폐물을 희석ㆍ배출하고 세포가 영양분을 섭취토록 할뿐 아니라 척추와 관절의 충격완화에도 기여한다”면서 “물이 부족하면 유해물질이 쌓여 요로결석 구취 구강건조증 변비 피로감 등에 시달릴 수 있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어떻게 마셔야 건강할까
-찬물을 먹을까, 더운물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물을 마셔도 상관없다. 하지만 평소 소화를 잘 못 시키고 손발이 차가운 사람은 찬물을 마시는 것이 힘들다. 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찬물이 몸에 들어오면 체온과 비슷하게 온도를 맞추기 위해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을 몸이 꺼리기 때문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 있다면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밥 먹을 때마다 물을 찾는 아이, 괜찮을까
과다하게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을 많이 마시면 소화효소가 묽어져 소화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 커피와 피로회복제, 갈증해소에 좋을까
커피와 피로회복제 들어있는 카페인이 문제다.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통해 실제 섭취한 수분의 양보다 더 많이 수분을 배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갈증 해소는커녕 갈증을 더욱 유발하므로 여름철에는 이들 음료를 삼가고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 물 얼마나 마셔야 할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일반 성인의 하루 물 섭취량은 하루 8컵(1컵 200㎖)이상이다. 야외활동이나 운동을 할 경우 권고량의 10% 이상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물은 마신지 20분 정도 지나야 체내에 흡수된다. 이에 야외활동이나 운동을 할 경우 활동 2시간 전에 한 번, 10여분 전에 2,3컵 정도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수분은 음식과 신진대사를 통해서도 얻어진다. 우리 몸은 매일 음식을 통해 0.8ℓ, 신진대사를 통해 0.4ℓ 정도 수분을 만든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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