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파일 51개 중 31개는 실험용
10개 대북ㆍ대테러, 10개 실험 실패"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27일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직을 걸고 불법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자살한 직원이 삭제한 자료에 대해서도 “실험용도였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국정원이 사용한 리모트컨트롤시스템(RCS) 프로그램으로는 카카오톡에 대한 해킹이 불가능하다”며 “내국인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이 없었다는 데 내 직위를 걸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자살한 임모 직원이 삭제한 51개 파일 중 31개는 국내 실험용, 10개는 대북ㆍ대테러용이며, 나머지 10개는 실험에 실패한 것으로 국정원이 설명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국내 사찰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SKT 회선에 대해 “국내 통신사 회선도 국정원 자체 실험용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 원장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 의혹을 입증해야 한다”며 “로그파일 원본과 임씨의 파일 삭제 당시의 정황 등을 정보위에서 공개해야 진실이 규명된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의심이 이어지자 국정원은 여야가 각각 추천한 전문가를 상대로 국정원 실무자와 간담회를 열고 로그파일 및 삭제 자료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민간인 배제를 전제로 여야 정보위원들의 국정원 현장방문도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소프트웨어 형태인 RCS 프로그램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을 위해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설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중개한 나나테크가 RCS 프로그램을 소관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신고하지 않은 것에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국회는 이날 두 상임위 현안보고를 시작으로, 이달 중순까지 안전행정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도 전체회의를 열고 임씨의 자살 경위와 군의 유사 해킹 프로그램 구매 내역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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