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수사까지 다소 시간 걸릴 듯
서울중앙지검이 27일 공안2부(부장 김신)에 국가정보원 해킹 사찰 의혹 사건을 배당했으나 본격적인 수사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법리 적용이나 강제 수사 진행을 위한 근거 확보 모두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이 공안2부에 추가적인 인력 파견 없이 수사를 벌이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첨단 디지털 범죄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법리 검토를 면밀히 하고 있다. 국정원이 나나테크를 통해 구입한 해킹프로그램 라이센스가 감청 설비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지고 있다. 22년 전인 1993년 12월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 설비에 대해 ‘대화 또는 전기 통신의 감청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장치ㆍ기계장치 기타 설비’로 규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비법 자체가 워낙 오래 전에 만들어져 이번 국정원 의혹에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법에 규정된 ‘설비’에 속하는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정원이 구입한 것은 프로그램 자체가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의 일정 부분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라이센스) 및 정보유출에 앞서 스마트폰 등에 설치하는 스파이웨어다. 해당 스파이웨어 전파가 정보통신망 이용법 상 악성프로그램 유포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국정원이 유포한 것으로 알려진 스파이웨어 역시 실제로 설치됐을 경우 스마트 폰 등에서 사용자의 동의 없이 정보를 편집ㆍ삭제가 가능한지에 대한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국정원은 “내국인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고 하지만, 외국인에 대해서도 법원의 영장 없이 도청을 했다면 처벌은 가능하다. 외국에 거주하는 내국인이 사찰 대상이었다면 국내법과 국제법을 동시에 위반한 것이 돼 외교 문제로 비화하게 된다. 국정원 주장대로 사찰 대상자가 모두 대공 용의자로 밝혀질 경우, 국정원에 대한 두둔 여론도 고조될 것으로 보여 사법처리를 두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사건의 휘발성이 높은 탓에 검찰의 수사행보는 신중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자살한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일부 자료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현실화 하고 있지만 강제수사 진행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위해서는 확실한 범죄 혐의의 소명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얘기는 대부분이 의혹 수준에 불과하다”며 “정보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사인 만큼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기 보다 협조를 얻어 자료를 제출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국정원이 악성프로그램을 심은 것으로 지목된 휴대전화의 인터넷주소(IP) 대해서는 해당 통신사에 자료 임의 제출을 요청하거나 압수수색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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