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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세월호 등 현안 발빠르게 분석... 묵직한 미니북 시리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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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세월호 등 현안 발빠르게 분석... 묵직한 미니북 시리즈 나와

입력
2015.07.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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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묵직한 미니북 시리즈가 나왔다. 철학 문학 역사 등 각 분야 인문학자들이 우리 사회 현안을 기민하게 살핀 뒤, 수시로 얇은 책으로 펴내 공유한다는 취지다.

‘대안연구공동체 작은 책’(길 밖의 길)은 지금 여기서 오늘의 문제를 말하는 인문 총서다. 기존 단행본 절반만한 손바닥 크기에 볼펜 두 자루 무게에 불과하지만 세월호와 메르스, 메르스 사태 속 탈이데올로기적 좌파의 가능성 등 결코 가볍지 않은 현안들을 정조준했다. 작은 책 형태를 취한 것은 빠른 분석과 게릴라식 출판을 위해 시간과 비용 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독서를 방해하는 각주를 최소화하고 기존 단행본의 활자 크기를 그대로 옮겨왔다. 각 권은 64~90쪽 남짓으로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무색하게 한다.

처음 선을 보인 책은 ‘좌파는 어디 있었는가’,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 ‘곡해된 애덤 스미스의 자유경제’, ‘왜 우리에게 불의와 불행은 반복되는가’ 등 4권이다. 공동체에서 강의하는 철학박사들이 개별 집필했다.

‘좌파는 어디 있었는가’는 메르스 사태 때 인격적 희생양을 찾아 극도의 적대감을 표출한 시민사회 일각의 반응에 집중하며 ‘우리가 얼마만큼 잔인해질 수 있느냐’고 묻는다. 책은 이성적 비판의 수위를 넘어선 패륜적 욕설과 적대감을 아도르노와 레비나스의 개념으로 분석하고 처방한다.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는 국가라는 포획 장치와 국민의 폭력관계를 들춘다. 국민은 국가가 뚫렸다는 것이 분개했지만,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계약당사자이자 심판관인 국가는 처음부터 원할 때 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존재, 즉 ‘애초부터 뚫려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글은 우리에게 이 같은 존재 방식을 직시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임을 호소한다.

‘곡해된 애덤 스미스의 자유경제’와 ‘왜 우리에게 불의와 불행은 반복되는가’ 는 각각 애덤 스미스 및 아도르노의 저서와 개념을 통해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속 이슈를 고민했다.

책들의 작고 가벼운 모양새나 현안을 겨냥한 정치적ㆍ철학적 분석은 서구 혁명가들을 열광시킨 16~19세기 정치팸플릿을 연상시킨다. 볼테르 루소 몽테스키외의 계몽주의는 팸플릿을 통해 시민들의 정신을 깨웠고, 팸플릿의 고전인 토마스 페인의 ‘상식’은 미국 독립운동에 불을 질러 세계사를 바꿨다.

시리즈를 기획한 김종락 대안연구공동체 대표가 이 출판실험을 통해 모색하는 것 역시 21세기 한국사회에서 팸플릿의 중흥이다. 김 대표는 “철학자들이 화제가 되고 있는 현안에 그들만의 독백에 머물러있거나, 사태가 정리된 뒤에 뒤늦은 논평을 내놓는데 그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책을 기획했다”며 “지하철 등을 타고 오가는 사이 다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분량의 철학서가 온갖 말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의미 있는 담론을 제시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책상에서 다음 게릴라전을 준비하고 있는 작은 책은 ‘어떻게 통치 당하지 않을 것인가’, ‘가면사회’, ‘생명, 그 소중하고 비루한 이름’ 등이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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