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총리 "책임 묻겠다" 공언 불구
방역 책임ㆍ진상 규명 늦어져 비판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70일 만인 28일 사실상 종식을 선언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고 “15개의 집중관리병원이 모두 관리 해제됐고 23일 동안 새로운 환자가 없었으며, 27일부로 격리자도 모두 해제되는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국민들이 이제는 안심해도 좋다는 것이 의료계와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황 총리는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는 메르스로 인한 불안감을 모두 떨쳐버리고 경제활동, 문화ㆍ여가 활동, 학교 생활 등 모든 일상생활을 정상화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많은 불편과 불안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초기에 확실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 등 대처과정의 문제점과 원인을 철저히 밝혀, 그에 따른 조치가 뒤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스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맞춰 보건복지부도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메르스 상황실과 메르스 후속조치TF로 재편하기로 했다. 국민안전처의 범정부메르스지원대책본부는 사실상 해산하고, 시도 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 시군구 보건소는 비상대응 체계를 유지하되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또 국민안심병원의 응급실 선별진료소는 계속 유지하지만, 일반 환자 선별 진료소는 각 병원의 사정에 따라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항에서의 발열검사, 폐렴환자 선제 격리조치, 메르스 콜센터(109번) 등은 계속 유지한다.
메르스 때문에 한국 방문 자제를 권고 했던 7개 국가도 관련 권고를 모두 해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베트남이 마지막으로 권고를 해제하면서 중국 일부 지방정부와 체코 러시아 대만 아랍에미리트 몽골 등 7개 국가가 자국민에게 내렸던 한국 방문 자제 권고가 모두 풀렸다.
하지만 환자 발생 병원의 역학조사 결과가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데다 초기 부실 방역에 대한 진상 규명도 이뤄지지 않아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메르스 사태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여야의원 18명으로 구성된 메르스 특위가 지난 2개월 간 복지부 장관, 삼성서울병원장, 평택성모병원장 등 주요 책임자를 증인으로 불러 조사 했지만, 새로 밝혀진 내용은 거의 없다. 이에 의료민영화ㆍ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범국민운동본부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사태 원인 진단과 책임규명, 제2의 메르스 사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사태의 책임을 물어 질병관리본부장과 복지부 장관을 경질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도 지지부진한 메르스 사후 처리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메르스 민관합동 즉각대응팀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신종 감염병 대처에 대한 해답은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병원의 역학 조사 보고서에 있는데,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의 실체 파악과 향후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서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 메르스 특위에서도 문제의 핵심을 파헤치지 못했고, 앞으로도 과연 실체가 명백히 밝혀질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을 의료인들도 가장 걱정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는 이날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기로 의결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세종=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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