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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자들을 위하여… 디자인에 담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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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자들을 위하여… 디자인에 담은 희망

입력
2015.07.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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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컨테이너 스마트 교실 '박스쿨'

아프리카 봉사ㆍ연구활동서 아이디어

"교육 통해 독립적 삶 살게 도울 것"

배상민 교수는 “잘사는 10%의 욕망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90%의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는 디자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AIST 제공
배상민 교수는 “잘사는 10%의 욕망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90%의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는 디자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AIST 제공

“디자인이란 문제를 잘 찾아내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겁니다. 저는 상위 10%가 아닌 하위 90%를 위해 하는 거고요. 상을 받았다는 것보다 제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는 게 기쁩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인 독일 레드닷어워드에서 대상과 본상 2개를 받은 배상민(44)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29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 교수는 “하는 일에 의심이 가고 불안하다가도 이렇게 큰 상을 받으면 내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배 교수와 KAIST 학생들의 연구팀이 이번에 대상을 수상한 디자인은 모듈형 이동식 컨테이너 스마트 교실 ‘박스쿨’(Boxchool). 소외된 지역 아이들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SK텔레콤과 협력해 제작했다. 물품 수송을 위해 만들어진 컨테이너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하고 교육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폐쇄성, 단열 문제 등을 보완한 이동식 교실이다. 연구팀은 박스쿨에 태양광 패널과 빗물 정수 시스템을 설치해 전기와 급수 문제를 해결하고 컴퓨터, 전자칠판, 프로젝터, 아이패드 등을 갖춰 전기와 수도를 쓸 수 없는 소외 지역에서도 최상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배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봉사 연구 활동을 하면서 마지막 목표는 학교를 짓는 것이었다”며 “교육을 통해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교육은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디자인 교육이다.

배 교수 연구팀이 코오롱스포츠와 산학 협력으로 만든 자가발전 인터랙티브 텐트 ‘차세대 텐트’도 나눔을 실천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본상 수상작 차세대 텐트는 유기 태양전지를 적용해 에너지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독립적인 야외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배 교수는 “전쟁이나 재난 지역의 피난민을 위한 임시 주거지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본상 수상작인 스노우 에너지는 온도차로 발전하는 열전소자를 이용한 자가발전식 휴대용 램프 겸 스마트 기기 충전기다. 내부에 뜨거운 물을 붓고 차가운 곳에 두면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에 의해 발전이 되는 원리로 전기가 없는 곳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다.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27세에 동양인으로선 처음이자 최연소로 모교의 교수가 된 그는 자신의 디자인회사를 세워 코카콜라, 코닥, 샤넬, 골드만삭스, JP모건,랄프로렌 등의 기업 로고나 제품 디자인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상업 디자인에 회의를 느껴 14년의 미국 생활을 접고 2005년 KAIST 교수로 부임해 ‘나는 디자인한다, 고로 존재한다(I design, therefore I am)’는 뜻을 담아 연구팀 ‘ID+IM’을 만들어 사회공헌 디자인(Philanthropy Design)에 힘쓰고 있다.

틈틈이 대기업의 디자인 컨설팅을 맡아 얻은 재원으로 사회기부가 목적인 나눔프로젝트, 소외 받는 이들이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시드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15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집 한 채 소유하지 않고 전세살이다. 매년 수천만원의 자비를 들여 학생들과 아프리카로 봉사 연구 활동을 떠나는데, 그 결과로 박스쿨이 나온 것이다.

배 교수는 2005년 펼치면 십자가 모양이 되는 접이식 MP3플레이어를 디자인해 미국 IDEA에서 애플의 아이팟을 제치고 은상을 수상한 뒤 세계 4대 디자인상에서 50개가 넘는 트로피를 받았다. 그는 뉴욕에서 일류 디자이너로 활약할 때보다 공생과 나눔의 디자인을 실천하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상위 1%의 학생들이 스스로 변해 99%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정말 극적입니다. 그게 제가 KAIST에 있는 이유죠. 지금 하고 있는 나눔프로젝트와 시드프로젝트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건 나눔디자인센터를 만들어서 세계의 어떤 학생이나 디자이너라도 잠깐이라도 와서 나눔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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