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에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BBC는 29일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커피 원두의 공급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와 남미, 아프리카 등 커피의 주요 원산지들은 가뭄이나 폭우, 병충해 등이 그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편향된 입맛이 커피 품귀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커피는 대체로 아라비카(Arabica)와 로버스타(Robusta)의 두 종류이며, 그 중 아라비카종은 맛과 향이 풍부해 소비자의 약 70%가 찾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러나 아라비카종은 섭씨 18도에서 22도 사이에서만 자라며 주기적으로 적당한 강우량을 필요로 하는데,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는 곳은 에티오피아 고산지대 외에는 몇 곳 없다.
개화시기와 기간도 양질의 커피 원두 공급에 중요한 요소다. 멕시코의 경우 폭우가 잦아지고 있는데, 폭우기간이 커피 개화 시기와 겹치면 우수한 커피의 수확이 힘들어진다. 48시간뿐인 개화기간에 폭풍우가 내리면 커피농사를 망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우간다의 커피농장은 덥고 건조해진 기후 때문에 꽃이 피더라도 열매가 쪼그라들기 일쑤다.
이 때문에 적절한 재배지 찾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베를린 훔볼트 대학의 크리스티안 분 교수는 아라비카종에 적합한 재배지가 2050년에는 현재의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중미지역의 커피재배 인구 중 다수가 고무 플랜테이션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간의 기후변화가 초래한 결과라는 점에서, 수확량 감소로 인한 비용을 추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1960년대 탄자니아의 커피 수확량과 비교하면, 과거 헥타르당 500㎏이었던 수확량은 현재 300㎏을 겨우 넘겨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 분 교수는 커피 가격이 2050년에는 현재의 25% 이상 증가해 고급 음료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할 때 현재의 수요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커피 재배지가 2,200만 헥타르는 돼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다른 농작물을 심을 땅이 부족해진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원산지 표시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감소종(減少種)을 인식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를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과학계는 아라비카종을 다른 튼튼한 종에 접목해 교배종을 개발하는 등 지속가능한 커피 재배를 위해 노력 중이다. 농부를 포함해 현재 커피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전세계적으로 최소 2,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정민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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