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새누리당의 노동개혁 올인에도
청년들에 돌아갈 혜택 장담할 수 없어
여권에 총선 프레임 효과만 안길지도
정부와 새누리당이 노동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9월 정기국회 회기 중 노동개혁 과제별 입법화 완료가 목표다. 새누리당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일사불란하다. 유승민 파동 이후 청와대 2중대라는 비난에도 아랑곳 않는다.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에는 철저히 차단막을 치면서 노동개혁 추진에는 올인하는 모양새다.
노동개혁은 폭발력을 가늠할 수 없는 빅 이슈다. 그 안에는 우리 사회의 계급ㆍ계층ㆍ세대 간 이해가 얽혀 있다. 누군가의 이익은 누군가의 손해를 전제로 해야 하는 문제다. 그만큼 민감하고 복잡하다. 때문에 백가쟁명식 논쟁이 불가피하고, 국가적 역량과 지혜가 동원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안이다.
정부와 새누리당, 엄밀히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노동개혁을 꺼내든 점이 흥미롭다. 심각한 청년실업 때문에 국가적 해결과제가 된 노동개혁은 해고를 더 쉽게 하기 위한 일반해고 지침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같은 초민감성 의제를 포함하고 있다. 그만큼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집권 초반도 아닌 중반에, 그것도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노동계와 척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동개혁에 집중하는 것은 의아하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노동개혁이 향후 정국 운영이나 총선 득표 전략에 결코 불리한 이슈 제기가 아니라는 계산을 이미 끝낸 것은 아닐까. 그렇게 접근하면 의아함을 풀어줄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노동개혁은 임금을 깎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서 신규 고용을 늘리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청년실업 문제가 버티고 서있다. 여기서 이익이 충돌하고 갈등 전선이 구축된다.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 중 노조 조합원수는 184만 명(노조조직률 10.3%)이다. 이중 1,000명 이상 대형 노조 조합원이 134만 명으로 전체 노조원의 72.8%를 차지한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주타깃은 이들 대기업 정규직의 기득권을 축소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보호 등의 문제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ㆍ영세기업 노동자 간 갈등은 불가피해진다.
여기에 청년실업 문제가 더해지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지는 더 좁아진다. 반발하면 할수록 여론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취업연령 자녀를 둔 50대 후반 이후 세대들은 결국 자녀 편을 들 수밖에 없다. 보수성향 표 결집에도 유리하다. 정부와 새누리당으로서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한국노총이 해고 요건 완화의 의제 제외를 조건으로 새누리당이 원하는 노사정위원회 복귀 의사를 밝힌 것도 대화 자체를 거부할 경우 뒤따를 후폭풍을 우려한 선제적 결정이다.
문제는 정부나 새누리당이 노동개혁의 궁극적 수혜자로 청년들을 상정하고 있지만 청년들에게 돌아갈 노동개혁의 낙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 여론 앞에 법 개정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해고 요건 완화 중 선택을 강요 받게 될 노동계가 둘 중 하나를 수용한다 한들 청년들에게 양질의 많은 일자리가 돌아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고려하는 노동개혁 방안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시행이나 생산성 떨어지는 노동자의 손쉬운 해고로 줄어든 임금 부담분을 청년 고용에 활용하라는, 그야말로 기업의 선의에만 의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신규 채용보다는 경력직,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설령 선의가 작동한다 해도 현실적으로는 질 낮은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수세적 상황을 뒤집을 마땅한 국면 전환 카드 없이 내부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노동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괜히 노동개혁의 ‘프레임 전쟁’을 시작한 게 아니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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