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주민센터 등 22곳 개방
청소년 체험 아지트 '또래울' 운영
“와! 버터가 엄청 부드러워졌어, 한번 만져봐.” “지난번에 만든 빵을 집에 가져갔는데 동생이 다 먹어버렸어.” “그렇게 빨리 흔들면 다 흘리잖아, 천천히 해.”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다우리 작은 도서관’. 10명의 청소년들이 주머니에 담은 밀가루 반죽을 빵 틀에 짜면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서툰 손놀림에 서로 장난까지 치느라 빵 틀에 담는 반죽보다 흘리는 양이 더 많아 보였지만 그래도 마냥 신난 얼굴이다. 이들은 풍납중학교 1ㆍ2학년 학생들로 초콜릿 머핀을 만드는 중이다. 밀가루를 채에 치고 버터를 휘저어 크림처럼 만드는 동안 아무도 조리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제빵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최돈회 문정중앙침례교회 목사도 이들이 기특한 듯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모양은 비뚤배뚤하지만 정성을 담아 틀에 담은 반죽이 오븐에 들어가자 아이들은 이내 벽면 가득 채우고 있는 책 가운데 한권씩을 들고 가장 편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제빵 기술에 관심이 있어 스스로 이곳을 찾은 아이들이다. 박정민(14)군은 “학교에서 직업 체험으로 제빵을 한번 경험한 후 제빵에 관심이 있어 배우러 왔다”면서 “아직 제빵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아니지만 재미도 있고 끝나고 나면 맛있는 빵도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날 정민 군 등이 제빵 기술을 배운 ‘다우리 작은 도서관’은 송파구가 지정한 청소년 문화 공간 ‘또래울’ 중 한 곳이다. 송파구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청소년 문화공간인 ‘또래울’ 22곳을 선정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주민센터와 수련관, 복지관 등에 자리잡은 ‘또래울’은 청소년들이 방과 후 여가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며 참여를 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장소로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아지트인 셈이다.
‘또래울’은 주민들의 뜻으로 시작됐다. 구민 300인 원탁회의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공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고 박춘희 구청장이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 1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청소년과를 신설한 후 첫 사업으로 ‘또래울’ 사업이 시작됐다.
또래들이 모이는 울타리라는 의미의 ‘또래울’ 명칭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공모를 통해 만들었다. 이 곳에서는 청소년들의 여가활동뿐만 아니라 ▦공부방이나 토론세미나 등의 학습장소 ▦댄스나 연주, 난타 교실과 같은 취미교실 ▦제빵제과, 바리스타, 요리, 수공예 등 직업체험 ▦텃밭 가꾸기 등의 현장프로그램까지 다양한 문화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간 외에도 공부에서 잠시라도 해방된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또래울을 찾아 편하게 놀다 갈 수 있는 청소년만을 위한 전용 놀이공간이다.
기존의 청소년 시설과 달리 또래울은 인테리어부터 운영까지 지역 주민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기획하고 주도하고 있다. 구는 아이들이 또래울을 통해 가다듬고 있는 끼와 재능이 어느 정도 자리잡게 되면 석촌호수 등에서 그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동아리 축제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춘희 구청장은 “앞으로도 미래 꿈나무들의 문화적 감성을 높이고 창조직인 능력 개발을 위해 건전한 여가문화 활동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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