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한 시각장애 임산부가 지난 5월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뱃속 태아의 모습을 미리 만나 화제를 뿌렸다. 며칠 전엔 3D 프린터로 제조한 간질 신약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최근 국내에서는 한 10대 환자가 골육종이 생겨난 골반 뼈를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뼈로 대체하는 이식 수술을 받아 관심을 끌었다.
3D 프린터가 의료혁신을 이끌고 있다. “인간이 상상한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기”라는 미래학자들의 3D 프린터에 대한 찬사가 의료영역에서도 하나 둘 현실화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병원이 지난달 14일 의학연구혁신센터를 문 열고 3D 프린팅을 의료에 활용하는 연구에 뛰어 들었다.
3D 프린터의 활용은 현재 일일이 주문 제작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재활의료기기 시장에서 가장 먼저 변화를 불러 올 것으로 보인다. 이정찬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실험용 소재나 인공 뼈 등에 이용이 국한돼 있지만 연구가 진전되면 인공신장, 피부조직 등 복잡한 인체 구조물 생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D 프린터 이용에 따라 카데바(해부실습용 시신)에 의존하던 의대생들의 실습이 손쉬워지고 심장 등 각종 수술의 성공률도 지금보다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우리 몸에서 심장은 아주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지녔다. 심장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술 집도의는 해박한 해부학적 지식을 갖추고, 수술 전 심장 모형을 대상으로 숱한 수술 시연을 통해 술기를 연마해야 한다.
3D 프린터를 통하면 심장 모형 제작이 손쉬워진다. 서울대 의대 해부학과 교수들은 심장 모형 제작을 혁신센터 의공학과 연구진에게 의뢰하면 된다. 심장 모형의 재질과 가공법, 출력 방법 등을 먼저 결정한 뒤, 심장 CT의 2차원 영상을 3차원 데이터로 전환해 3D 프린터에 전송하면 3차원 구조의 심장 모형이 출력돼 나온다.
신경외과 의료진도 이같은 방식으로 수술 전 환자의 두개골 모형을 제작 및 활용, 실제 수술을 좀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마칠 수 있다. 두개골 모형 제작에 이용할 데이터는 자기공명영상(MRI)에서 확보하면 된다. 새로운 수술 도구를 개발하기 위한 의료기기 시제품의 제작과 성능 평가도 혁신센터를 통하면 한결 수월해진다.
의료계에서 3D 프린터의 활용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방영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은 “3D 프린터 기술이 발전하면 단순히 인체 모형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심장 등 복잡한 인체구조물을 만들어 인체에 이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사진설명]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가 도입한 3D 프린터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3D 프린터를 활용한 치료사례]
먼저 CT , MRI를 통해 환자의 2차원 영상 뇌 정보를 수집한다(사진 1-1 및 1-2) 수집된 영상 데이터를 특수 소프트웨어 기법을 통해 3차원 영상 데이터로 변환한다(사진 2). 이어 소프트웨어 특수 기능을 통해 환자 두개골에서 손실된 머리뼈 부위를 3차원 영상으로 복원한 뒤(사진 3-1 및 3-2), 손실된 머리뼈 부위를 찍어낼 틀(mole)을 디자인하고(사진 4-1 및 4-2), 디자인 틀을 3D 프린터로 제작(사진 5),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이식할 이식물 완성한다(사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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