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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망, 처벌은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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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망, 처벌은 '솜방망이'

입력
2015.08.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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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살인죄 적용 단 한 건

"선진국처럼 적극 적용할 필요"

전북에 사는 한 부부는 돌도 안 된 아들이 잠을 자지 않고 울 때마다 발로 아이 배를 걷어찼다. 자신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부부관계를 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수 개월간 폭행을 당한 아들은 생후 10개월 만인 2012년 1월 소장 파열로 인한 복막염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부부에 대한 처벌은 징역 2년이 전부였다. 이들에게는 폭행치사죄가 인정됐고, 친모는 우울증과 육아스트레스, 친부는 정서적 불안이 있다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아동이 오랫동안 학대를 받다가 결국 사망했는데도, 수사기관과 법원의 가해자 처벌은 솜방망이다. 살인죄가 아닌 치사죄로 인정돼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보건사회연구’최신호에 실린 ‘아동학대 사망사건 판결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4년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 사건 판결 20건중 살인죄가 인정된 것은 단 한 건뿐이었다. 살인죄가 인정된 1건은 아동의 목을 조르고 도구를 이용해 폭행한 후 사망하자 사체를 암매장하는 등 사건으로, 이런 패륜적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 사망 사건은 치사죄로 인정돼 2~12년의 실형만 선고 받았고 5분의 1정도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외국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해 살인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2000년 8세 아동을 사망하게 한 아동의 대고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미국에서는 2012년 2세 의붓딸을 바닥에 던져 사망하게 한 계모에게 징역 30년, 2013년 3세 의붓딸을 폭행해 사망하게 한 계부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치사죄와 살인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동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느냐는 ‘고의성’여부. 한국아동권리학회의 ‘OECD 국가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아동학대 발생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사망을 고의적 아동사망과 우발적 아동사망으로 구분해 비교한 결과 한국이 10만명 당 고의적 사망률이 1.161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즉 아동 학대 사망의 고의성은 가장 많은데, 처벌은 가장 미약한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2013년 울산계모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1심에서는 “계모에게 고의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1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살인죄를 인정해 18년을 선고했다. 흉기 없이 맨손과 맨발로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중 살인죄가 인정된 첫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박양호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는 “그 동안 아동을 고의로 살해했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관행적으로 상해치사죄 등을 적용해왔다”며 “하지만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은 성인간 사망 사건과 달리 가족 내에서 은밀히 이루어지고 가해자와 피해 아동의 신체적 차이가 큰 점 등을 고려해 살인죄 적용을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형량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사망사건 판결에 관한 연구’보고서의 저자인 이세원(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박사 수료)씨는 “치사죄가 인정된 19건의 아동 사망학대 사건에 울산 계모 판례에서 인정된 살인죄 기준을 적용해 재분석한 결과 11건은 살인죄가 인정될 수 있다”며 “적정한 처벌은 가해자에 대한 응보인 동시에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바꿔 예방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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