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이사 승인 때도 논란이었는데 7개월 만에 동창 밀어내고 자리 차지
교비 횡령으로 총장 사퇴 11년 만에 친일ㆍ족벌사학 세습체제 재구축
총장 재임 시절 비리로 사퇴한 조원영(66) 동덕여대 법인 개방이사가 결국 해당 법인 이사장에 올랐다. 지난 1월 교육부의 이례적인 빠른 승인으로 속전속결 사학에 복귀한 그가 7월 만에 이사장 자리를 차지한 것.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조부와, 부친 및 모친에 이어 3대째다.
14일 동덕여대 등에 따르면 동덕여학단 이사회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어 조 이사를 이사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안건 처리에 앞서 그의 고등학교 동창인 신상규 전 법인 이사장(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은 건강문제를 이유로 당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조 이사는 자신의 이사장직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동덕여대의 한 교수는 “조씨가 개방이사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이사장에 올랐다”며 “비리전력을 의식해 그간 숨죽이고 눈치만 보다가 고교 동창인 신 전 이사장이 방학을 틈타 자리를 내주는 형식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동덕여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교과부 감사에서 교비 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나 형사고발 되자 이듬해 사퇴했다. 그의 재단 복귀 길을 열어준 것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었다. 위원회는 “옛 재단 쪽도 학교법인 정이사 선임의 이해당사자”라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2011년 7월 옛 재단의 이사회 정이사 과반 추천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조 이사장은 먼저 측근인 신 전 이사장 등을 내세워 이사회를 장악했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법인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결정으로 이사 자격도 얻었다. 교육부는 당시 그의 개방이사 임명을 신청 하루 만에 승인해 논란이 됐다.(본보 2월 3일자 13면)
조 이사장이 비리전력으로 물러난 지 11년 만에 이사장에 오르면서 족벌사학의 세습체제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조부인 고(故) 조동식 초대 이사장은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을 미화ㆍ선전하는 글을 다수 올리는 등의 친일행위로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 행위 704인의 명단에도 포함됐다. 이후 동덕여학단의 이사장은 그의 양자이자 조 이사장의 부친 조용각씨와 모친 이은주씨가 역임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을 거친 만큼 조씨가 이사장이 되는 데 법적 하자는 없다”면서 “다만 동덕여대 설립자 기재 정정 소송 결과에 따라 그의 위상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1926년 동덕여학단 설립자금을 출연한 고(故) 이석구 동덕여학원 종신이사의 유족은 2011년 조 이사장 측이 다시 법인을 장악하자 재단 설립자 기재 정정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를 설립자로 인정했으나, 2심 재판부는 조동식 이석구 공동 설립을 인정했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씨 측이 승소할 경우 유족이 법인이사로 참여, 조 이사장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