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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호의 매체는 대체] 공영방송 뉴스 망하게 두지 않기

입력
2015.08.1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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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적 역할을 하기 위한 조직을 자기 도구로 쓰고자 하거나 혹은 그들을 통해 수행되어야 할 어떤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고 싶을 때, 권력만 있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전문성이 없는데 자기 의향을 잘 반영하는 사람을 의사결정권자로 꽂아 넣는 것이다. 의외로 유능하면 자기에게 유리한 결과물을 얻고, 역시나 무능하면 해당 조직을 망치고, 운 좋으면 중간 어딘가에서 양쪽 모두를 얻을 수도 있다. 금상첨화로, 욕은 해당 조직이 먹는다. 원래의 전문성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은 이탈하고, 엉터리 인재들이 빈자리를 채우며 망함은 더욱 가속화된다. 정치적 외압을 방지하기 위해 인사 지명의 몫을 여야에 배분해놓았거나 아예 대통령이 임명권을 지니는 시스템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공익기구 “어뷰징” 기법이다. 조직의 이름에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입하든, 국가인권위원회를 넣든 마찬가지다.

공영방송의 경우, 악용의 대표 경로가 바로 이사진 선임이다. 이사진이 사장을 임명하고, 사장이 방송사에서 인사권을 휘두르고, 그 성향과 수준에 맞춰주느라 부실하고 민망한 보도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아니라 정파성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다 보니 세부 역할에 대한 합의보다는 정파 배분으로 이사진을 추천하는 관행이 있는데, 대통령과 여당과 야당으로 나누니 늘 정권이 전권을 쥐는 상황이 오래되었다.

지난 주 방통위가 발표한 KBS 이사진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인선은 다시금 그런 구도의 모범적 사례를 남겼다. 정권에 유리하게 기울어지다 못해 아예 스키장이 되어있는 운동장에서, KBS에는 프로그램과 뉴스에 개입 발언을 해온 현 이사장 유임, 세월호 유가족 비하 글을 퍼나르는 이사의 3연임이 이뤄졌다. MBC 방문진에는 부림 사건의 공안검사,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 교비 횡령 혐의 인사 등이 포진했다. 사장 선임이나 기타 주요 사안에서 여당 위원과 야당 위원으로 갈라지는 것이 씁쓸하다면, 아예 대놓고 부적합한 인사가 계속 군림하는 상황은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어차피 정치권의 욕망이 그대로인 상태라면 어떤 지배구조를 만들더라도 악용할 방법을 결국 찾아내고 만다. 다만, 좀 더 어렵게 만드는 방안은 이미 여럿 제안된 바 있다. 인사청문회, 추천위원회 방식, 여야 합의 추천 중간지대, 주요 인선의 특별다수제, 전문성의 배분에 입각한 자격요건제 등 정치 논리를 배제하지 않고도 실현 가능한 기법들이다. 하지만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이 중요한 화두는, 대중의 관심과 정치 의제에서 항상 밀리면서 늘 흐지부지되어왔다.

공영방송이 낯뜨거운 부실 보도, 민망한 진영 보도를 내놓을 때 공유하며 쓴웃음을 보내는 것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부실의 근간은 악용되고 있는 거버넌스 구조라는 점을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개선 노력에 나선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디어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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