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힐랄과 알나사르가 슈퍼컵 경기를 치렀다(이들은 사우디 빅3에 포함되어 있는데, 나머지 한 팀이 어떤 팀인지는 성남 팬들이 가장 잘 말해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포항, 부산, 전북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평소라면 사우디리그 슈퍼컵이 우리의 관심을 크게 끌 이유가 없었을 텐데, 이 경기는 특이하게도 런던 퀸스파크 레인저스의 홈구장에서 열렸다.
아시아의 프로축구 경기가 영국 현지에서 치러진 것이다. 1만 4,000여 명의 팬이 비싼 표를 주고 경기장을 찾았으니 비지니스도 꽤 성공적이었다 (표는 한화 4만 5,000 원에서 13만 원까지였다고 하는데, 사우디 이민자들은 보통 부자인 경우가 많아 가격이 그렇게 책정된 것 같다) 새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던 몇몇 현지 팬들도 경기장을 찾았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협회는 알힐랄과 알나사르가 오스트리아에서 전지훈련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양 측에 슈퍼컵 경기를 제안했다. 두 팀 모두 해외에서 열리는 슈퍼컵 경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이후 사우디 협회가 런던에 관계자를 보내 경기장을 섭외하며 경기가 성사될 수 있었다. 사우디 축구협회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기에 런던으로 장소를 정했다. 관광객의 숫자가 많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은 평범하지 않은 이 경기에 꽤 큰 관심을 보였다. 프리미어리그 시즌 개막에 너무 근접하지 않았다면 더 큰 흥행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리그 경기를 해외에서 치르는 일이 점점 더 흔해지는 추세다. 이탈리아도 슈퍼컵 경기를 중국에서 했고, 프랑스도 비슷한 일을 하려고 계획하는 중이다. 미식축구의 경우 몇몇 리그 경기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진행하는데, 9만 장의 표가 다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끈다. 점점 더 긴밀한 세계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이러한 이벤트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K리그도 이러한 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라며 고개를 흔들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K리그 경기를 런던과 LA에서 나누어 진행하면 어떨까? 주말에 3경기 정도를 치르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을 듯하다. K팝 그룹들은 이러한 이벤트를 항상 하고 다닌다.
일 때문에 아시아와 유럽 출장을 많이 다니는 나는 어디서나 K팝 축제를 쉽게 목격한다. 축구는 왜 거기에 포함될 수 없는 걸까? 최근 런던에서는 대형 한국 음식 축제가 열렸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인 트라팔가 광장이 무대였다. 축구와 음악, 음식을 함께 모아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행사에 포함될 스폰서 거래의 잠재력은 엄청날 수 있다.
전일 자유 이용권을 판매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음식 코너를 돌아다니며 갖가지 요리와 스낵을 맛보고, 오후에는 K리그 경기를 관람한다. 잠시 쉬었다가 저녁을 먹고 어둠이 내리면 K팝 콘서트를 즐기는 것이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관광객들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축구만을 원하는 ‘풋볼매니아’는 물론 축구 티켓만 개별적으로 사면된다.
행사를 조직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겠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다양한 인력들은 다른 분야에서 이러한 이벤트를 수도 없이 개최한 경험이 있기에 여기에 축구를 더하기만 하면 된다. 유럽에 사는 교민들만 해도 K리그 경기가 열린다고 하면 현장을 찾을 사람이 꽤 될 것이다. 여기에 다른 문화적 요소까지 추가하면 현실성은 분명히 나온다. 1년에 딱 한 번 있는 일이기에 특별한 휴가로도 발전할 수 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런던에는 수백만의 축구 팬이 있다. 이들 중에는 낯선 문화에서 온 프로축구 경기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 많이 있고, 그 경기가 실전 리그라면 더욱 흥미를 자극할 것이다. K리그 프로팀들의 친선 경기라면 아무래도 김이 빠지는 감이 있지만, K리그 클래식 5라운드라고 하면 무게감부터 다르다. 인천, 대구, 대전 등 국제 비즈니스 커넥션을 노리는 도시로서는 현실적인 기회도 될 것이다.
한국 팬들의 축구 관람 기회를 빼앗는다는 주장이 나올지 모르지만, 1년에 한 경기뿐이니 홈팬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진짜’ 팬들이라면 자신의 팀이 런던에서 전북-수원 등과 리그 경기를 치르는 일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는 않으리라 본다. 장기적으로 보면 팀을 위해 훨씬 도움이 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해외 언론이 분명히 관심을 가질 것이고, 한국 언론도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기사를 많이 생산해낼 것이다 (한국 언론이 해외 언론의 반응을 크게 신경 쓰고 좋아한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새로운 흥미와 짜릿함을 만들어낼 수 있고 K리그를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컨텐츠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PR, 스폰서, 리그의 위상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음식, 축구 그리고 K팝까지 즐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하루가 될 텐데!
축구 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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