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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 K팝처럼… ‘K리그 빅매치’ 런던서 연다면?

입력
2015.08.1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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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힐랄과 알나사르가 슈퍼컵 경기를 치렀다(이들은 사우디 빅3에 포함되어 있는데, 나머지 한 팀이 어떤 팀인지는 성남 팬들이 가장 잘 말해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포항, 부산, 전북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평소라면 사우디리그 슈퍼컵이 우리의 관심을 크게 끌 이유가 없었을 텐데, 이 경기는 특이하게도 런던 퀸스파크 레인저스의 홈구장에서 열렸다.

아시아의 프로축구 경기가 영국 현지에서 치러진 것이다. 1만 4,000여 명의 팬이 비싼 표를 주고 경기장을 찾았으니 비지니스도 꽤 성공적이었다 (표는 한화 4만 5,000 원에서 13만 원까지였다고 하는데, 사우디 이민자들은 보통 부자인 경우가 많아 가격이 그렇게 책정된 것 같다) 새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던 몇몇 현지 팬들도 경기장을 찾았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협회는 알힐랄과 알나사르가 오스트리아에서 전지훈련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양 측에 슈퍼컵 경기를 제안했다. 두 팀 모두 해외에서 열리는 슈퍼컵 경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이후 사우디 협회가 런던에 관계자를 보내 경기장을 섭외하며 경기가 성사될 수 있었다. 사우디 축구협회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기에 런던으로 장소를 정했다. 관광객의 숫자가 많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은 평범하지 않은 이 경기에 꽤 큰 관심을 보였다. 프리미어리그 시즌 개막에 너무 근접하지 않았다면 더 큰 흥행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 같다.

2015 사우디아라비아 슈퍼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알힐랄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앞줄 맨오른쪽에 곽태휘 선수의 모습이 보인다.
2015 사우디아라비아 슈퍼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알힐랄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앞줄 맨오른쪽에 곽태휘 선수의 모습이 보인다.

리그 경기를 해외에서 치르는 일이 점점 더 흔해지는 추세다. 이탈리아도 슈퍼컵 경기를 중국에서 했고, 프랑스도 비슷한 일을 하려고 계획하는 중이다. 미식축구의 경우 몇몇 리그 경기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진행하는데, 9만 장의 표가 다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끈다. 점점 더 긴밀한 세계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이러한 이벤트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K리그도 이러한 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라며 고개를 흔들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K리그 경기를 런던과 LA에서 나누어 진행하면 어떨까? 주말에 3경기 정도를 치르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을 듯하다. K팝 그룹들은 이러한 이벤트를 항상 하고 다닌다.

일 때문에 아시아와 유럽 출장을 많이 다니는 나는 어디서나 K팝 축제를 쉽게 목격한다. 축구는 왜 거기에 포함될 수 없는 걸까? 최근 런던에서는 대형 한국 음식 축제가 열렸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인 트라팔가 광장이 무대였다. 축구와 음악, 음식을 함께 모아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행사에 포함될 스폰서 거래의 잠재력은 엄청날 수 있다.

전일 자유 이용권을 판매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음식 코너를 돌아다니며 갖가지 요리와 스낵을 맛보고, 오후에는 K리그 경기를 관람한다. 잠시 쉬었다가 저녁을 먹고 어둠이 내리면 K팝 콘서트를 즐기는 것이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관광객들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축구만을 원하는 ‘풋볼매니아’는 물론 축구 티켓만 개별적으로 사면된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 100일을 앞두고 런던에서 열렸던 '한국문화축제'. 당시 현지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문화원 제공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 100일을 앞두고 런던에서 열렸던 '한국문화축제'. 당시 현지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문화원 제공

행사를 조직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겠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다양한 인력들은 다른 분야에서 이러한 이벤트를 수도 없이 개최한 경험이 있기에 여기에 축구를 더하기만 하면 된다. 유럽에 사는 교민들만 해도 K리그 경기가 열린다고 하면 현장을 찾을 사람이 꽤 될 것이다. 여기에 다른 문화적 요소까지 추가하면 현실성은 분명히 나온다. 1년에 딱 한 번 있는 일이기에 특별한 휴가로도 발전할 수 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런던에는 수백만의 축구 팬이 있다. 이들 중에는 낯선 문화에서 온 프로축구 경기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 많이 있고, 그 경기가 실전 리그라면 더욱 흥미를 자극할 것이다. K리그 프로팀들의 친선 경기라면 아무래도 김이 빠지는 감이 있지만, K리그 클래식 5라운드라고 하면 무게감부터 다르다. 인천, 대구, 대전 등 국제 비즈니스 커넥션을 노리는 도시로서는 현실적인 기회도 될 것이다.

한국 팬들의 축구 관람 기회를 빼앗는다는 주장이 나올지 모르지만, 1년에 한 경기뿐이니 홈팬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진짜’ 팬들이라면 자신의 팀이 런던에서 전북-수원 등과 리그 경기를 치르는 일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는 않으리라 본다. 장기적으로 보면 팀을 위해 훨씬 도움이 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해외 언론이 분명히 관심을 가질 것이고, 한국 언론도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기사를 많이 생산해낼 것이다 (한국 언론이 해외 언론의 반응을 크게 신경 쓰고 좋아한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새로운 흥미와 짜릿함을 만들어낼 수 있고 K리그를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컨텐츠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PR, 스폰서, 리그의 위상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음식, 축구 그리고 K팝까지 즐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하루가 될 텐데!

축구 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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