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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상하이 패닉

입력
2015.08.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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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는 갑자기 닥치지 않는다. 수많은 요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누적돼 시장이 마치 겉은 멀쩡한데 속은 형편없이 부식돼 가까스로 버티는 빌딩 같은 상태까지 간 뒤 무너져 내린다. 빌딩의 내부구조를 부식시키는 요인은 한 둘이 아니다. 부채의 누적, 경상수지 적자, 신용 과잉, 자산 거품 등이 야금야금 경제의 토대와 기둥을 갉아먹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결정적 계기가 작용해 불안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게 시장 전체를 공황상태로 몰아가며 위기가 발생한다.

▦ 미국 경제학자 찰스 P. 킨들버거는 금융위기의 전형적 과정을 광기(Manias), 패닉(Panics), 붕괴(Crashes)라는 3개의 함축적 개념으로 설명했다. 명저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굿모닝북스 발행)를 통해서다. 그가 1600년대 네덜란드 튤립 알뿌리 거품부터 97년 아시아 경제위기에 이르기까지 실제 위기를 분석해 도식화한 위기과정은 광기로부터 시작된다. 경기의 확장 국면에서 낙관적 기대로 신용이 급증하고, 단기차익을 노린 광적 투자로 부동산과 주식에 거품이 형성된다.

▦ 광적 투자과정에서 차입을 통한 자산매입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위험이 커진다. 그러다 자산가격 상승을 중단시키는 상황이 터지고, 자산가격 상승 차익이 차입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로 시장에 패닉(공황) 심리가 확산된다. 기대가 우려로 바뀌면서 급증했던 신용도 위축돼 돈줄이 마른다. 이어 한두 번의 결정적 순간이 닥치면 차입 투자자부터 너도나도 투매자로 돌변, 마침내 자산시장이 붕괴하는 위기국면을 맞는다.

▦ 중국 상하이 증시의 폭락이 이어지면서 위기과정의 패닉 비슷한 심리상태가 시장을 엄습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지수 2,000선에서 평탄한 흐름을 보인 상하이 증시는 지난해 4분기부터 급등세를 탔고, 지난 6월 5,166.35로 정점을 찍은 뒤 6~8%에 이르는 폭락세가 잇따랐다. 그러자 중국 성장 둔화, 국내총생산(GDP)의 300%에 이르는 국가부채, 만연한 주식 차입투자 등 위험에 대한 우려가 일제히 부각되고 있다. 중국 발(發) 세계경제위기설까지 나돈다. 19일에는 국내 코스닥지수까지 4% 이상 덩달아 급락했다. 경제 여건이 점점 더 꼬여가는 느낌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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