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弗 무죄 직전 9억 별건 수사
지방선거 앞 수사로 비판 일기도
20일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71)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사건은 검찰의 수사착수 시점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수사 단계는 물론, 1ㆍ2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양측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했고 진행상황도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등 파장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이 사건이 불거진 시점은 2010년 4월 8일이었다. 한 언론에 ‘검찰이 한 의원의 새로운 혐의를 수사 중’이라는 보도가 났고, 이날 검찰은 곧바로 한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한만호 전 대표의 회사인 한신건영을 압수수색하면서 공개 수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이 날이 바로 한 의원의 뇌물 수수 혐의, 이른바 ‘5만달러 사건’(1차 수사)에 대한 1심 선고 하루 전이었다는 점이다. 앞서 한 의원은 참여정부 총리 시절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2009년 말 기소됐는데, 1심 무죄가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었다. 곽 전 사장이 법정에서 “돈을 직접 준 게 아니라 의자에 두고 나왔다”고 말하는 등 그의 진술은 오락가락 했다. 부실했던 수사와 공소유지가 만천하에 드러난 검찰은 ‘정치적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때문에 5만달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9억원 사건’(2차 수사) 카드를 검찰이 꺼내 들자 “무죄의 파장을 줄이고자 별건 수사ㆍ표적 수사를 벌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은 “제보가 들어왔고 공소시효 문제 때문에 신속히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설득력은 부족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거셌다. 더구나 당시는 지방선거(6월)를 두 달 앞두고 있었고, 한 의원은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상황이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은 결국 ‘선거일까지 수사 중단’을 선언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 의원이 옛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 석패하자 다시 수사가 재개됐고, 한 의원은 결국 2010년 7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또 다시 재판에 회부됐다. 혐의를 증명할 증거는 1차 수사와 마찬가지로 공여자의 진술이 거의 유일했다.
2010년 12월 이 사건 1심 재판이 시작되자 또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금품 공여자인 한 전 대표가 “검찰의 겁박에 못 이겨 허위진술을 했다”면서 진술을 뒤집었고, 검찰은 이후 재판 단계에서도 거의 수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보강 증거들을 수집해야 했다. 하지만 1심은 한 전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2011년 10월, 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ㆍ2차에 걸친 검찰과 한 의원의 대결은 결국 한 의원의 ‘완승’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2013년 9월 항소심에서 9억원 사건이 유죄로 뒤집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고 이날 대법원 선고로 최종 승자는 검찰이 됐다. 다만, 한 의원의 5만달러 사건은 2013년 3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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