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특별인출권, 기축통화 문제점 해결 위해 IMF가 만든 가상 화폐
중국 편입 원하는 이유는 위안화가 국제 기축통화 되면
무역도 쉽고 자본 이용 효율적
중국이 최근 위안화를 대폭 평가절하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혼돈에 빠뜨렸는데요. 그 목적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 special drawing right)에 위안화를 편입시키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IMF의 특별인출권이라는 건 뭐고 거기에 위안화가 편입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중국은 왜 그걸 그렇게 원하는 걸까요?
1. SDR이란 무엇일까요
SDR은 학창시절 경제 교과서에서 잠깐 접한 분들이 많을 텐데요. IMF가 1970년에 만든 가상화폐의 단위입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알아서 자기 나라의 화폐를 만들어 잘 쓰고 있는데도 굳이 SDR이라는 가상화폐를 IMF가 따로 만든 이유는 전세계가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면서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나라가 1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면 그 나라는 1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생기는데, 대개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로 보관합니다. 그럴 경우 미국 경제 상황의 변동으로 달러의 가치가 흔들리면 그 나라의 외환보유액 가치도 흔들리게 되지요. 그런데 달러 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 국가의 돈이 기축통화로 자리잡으면 그 화폐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흔들리고 취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행이 시중에 돈이 부족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돈을 풀어대듯이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달러를 세계 각국에 계속 풀어대야 합니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 달러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이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무역 상대국인 다른 나라로 달러가 흘러 들어가니까요. 그러면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누리는 동안 지속적인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되고 그 탓에 달러 가치는 흔들리고 불안해지게 됩니다. 달러가 제일 믿을만해서 달러로 쌓아놨는데 다들 그렇게 믿고 생각하는 바람에 달러 가치가 필연적으로 하락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경제학 용어로 ‘트리핀의 딜레마’라고 합니다.
IMF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의 화폐가 아닌 화폐로 외환보유액을 쌓아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SDR이라는 화폐를 구상했습니다. 그래야 기축통화국의 경제상황이 나빠져도 외환보유액의 안정성이 위협받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습니다. 2. SDR은 어떻게 만들까요
SDR은 특정 국가의 경제상황에 따라 가치가 흔들리는 것을 줄이기 위해 여러 나라의 화폐를 모두 섞어서 만듭니다. 처음에는 16개 국가의 화폐를 섞다가 너무 복잡하고 16개 나라들 중에는 환율 변화가 심한 작은 나라들도 섞여있다 보니 안정성이 떨어져서 요즘엔 4개 나라 화폐로 재료를 단순화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4가지의 밀가루를 섞어서 반죽한 후 떡을 만든 게 SDR이라고 보면 됩니다.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가 요즘 SDR을 구성하는 재료인데요. 이 4개의 화폐가 전세계 무역이나 자본거래에서 사용되는 비율을 감안해서 각 화폐의 투입비율을 정합니다. 이렇게 4개국 화폐가 모두 섞여있기 때문에 그 중에 특정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SDR 전체의 가치는 덜 하락할 수도 있죠. 무엇보다 좋은 것은 SDR을 들고 있으면 필요할 때 그 4개국 화폐 가운데 원하는 화폐를 골라서 바꿔 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어떤 나라의 화폐를 어떤 비율로 섞을 건지는 IMF가 5년에 한 번씩 회의를 열어서 결정합니다. 세계 무역량에서 그 나라가 차지하는 비율이나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그 나라 화폐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참고로 해서 정합니다.
지금 4개국 화폐의 구성비율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유지돼왔고 2016년부터는 새로운 배합비율로 바뀌는데 2016년부터는 중국 위안화도 SDR을 만드는 재료에 포함시키자는 논의가 바로 위안화의 SDR 편입 논란입니다. 2010년에도 이런 논의가 있었는데 그 때는 중국의 외환시장이 외부에 충분히 개방되지 않아서 중국 돈 위안화가 상품거래나 자본거래에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편입되지 못했습니다. 내년부터는 위안화도 SDR의 재료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IMF는 최근 그 결정을 내년 9월 이후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3. 중국은 왜 위안화가 포함되기를 원하나요
중국의 목표는 위안화가 미국 달러처럼 기축통화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기축통화가 되려면 전세계 모든 국가가 그 나라 화폐를 기축통화라고 심정적으로, 또 관행적으로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그런 인정을 받는 가장 빠른 방법은 SDR에 편입되는 겁니다. 현재로서는 SDR말고는 ‘이 나라 화폐는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화폐다’라는 인정을 받을 통로가 없습니다. 사실 어느 나라 화폐가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화폐이고 앞으로 어떤 나라의 화폐가 무역이나 자본거래에 많이 쓰이게 될지, 그래서 우리나라는 돈이 생기면 어떤 나라 돈으로 외환보유액을 쌓아놔야 할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IMF가 SDR을 어떤 화폐로 어떤 비율로 구성하느냐를 참고해서 자국의 외환보유액을 구성합니다. 마치 학교 선생님 책꽂이에 꽂힌 참고서를 학생들이 많이 구입해서 보듯이 SDR에 편입된 화폐를 여러 나라가 외환보유액으로 보유하게 되고 그러면 그 화폐가 국제화되는 지름길이라는 게 중국의 판단입니다. 4. 중국은 왜 위안화를 국제화하려고 하나요
어느 나라의 화폐가 국제화된다는 것은 외국과의 거래에서 굳이 달러나 유로화를 쓰지 않고 그냥 자기나라 돈으로 지급해도 상대방이 별 불만 없이 받아간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달러와 유로 말고는 일본 돈 엔화나 영국 돈 파운드화 정도가 그런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자기나라 돈이 국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걸 원하지 않는 나라는 없지만 중국은 그 열망이 더 강합니다. 왜냐하면 중국의 경제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경제규모가 크면 외채규모도 클 수 밖에 없는데 외채가 많으면 경제가 불안해질 경우 직격탄을 맞습니다.
마치 주변 식당들이 문을 닫으면 직원 숫자가 많은 기업이 제일 힘들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직원 숫자가 많은 기업은 아예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도 자체 식권과 비슷한 위안화만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구내식당같은 경제권을 가지려고 하는 겁니다. 현재 중국은 3조달러가 넘는 세계 1위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데 이 말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곳에 쌓아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만약 중국 돈이 국제화되거나 나아가 기축통화가 되면 중국은 그런 외환보유액을 쌓아둘 필요가 없습니다.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자기나라 화폐가 국제화되지 않아서 생기는 불편함과 피해도 더 커지는데 중국은 그런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불편한 나라입니다. 중국만큼 경제규모가 크면서 자기나라 화폐가 국제화되어 있지 않은 나라는 없거든요.
이진우 경제방송 진행자(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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