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엠제트예요? 디엠지예요?”생방송을 앞둔 후배가 급하게 전화를 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디엠제트로 나와 있거든?”
“요즘 다 ‘디엠지’라고 하는데요? ‘디엠제트’ 너무 어색해요.”
“외래어라서. 외래어는 우리말로 굳어진 건데 디엠제트가 표준어야. 이상하면 그냥 비무장지대라고 하면 어때?”
DMZ (demilitarized zoneㆍ비무장지대)는 군사 용어이다. 최근 뉴스에 “DMZ”가 자주 등장하면서 아나운서들은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알파벳 ‘Z’의 발음이 문제이다. ‘Z’의 영국식 발음은 제드〔zed〕, 미국식 발음은 지:〔zi:〕이다. 국어사전에 알파벳 스물여섯 번째의 자모이름은 ‘제트’라고 표기되어 있다. ‘제트(Z)’를 ‘지’로 표기하면 ‘쥐(G)’와 헛갈릴 염려가 있다고 한다. 일리 있게 들리지만 ‘디엠지’라고 했을 때 ‘DMG’로 알아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마징가 제트’와 ‘전격 제트 작전’을 보고 자란 나와 같은 중년 세대들은 그나마 ‘제트’를 인정한다. 그런데 미국식 영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제트’는 영 낯설다. 아시아나 항공을 가리키는 ‘OZ’는 ‘오지’ 아니냐고 항변한다. 알파벳 송을 예로 든다. 이 용어를 가장 많이 쓰는 군대에서도 요즘은 모두 ‘디엠지’라고 한단다. 이쯤 되면 정리가 필요하다.
외래어는 표기법은 정해져 있지만 발음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버스(bus)’라고 쓰지만 ‘버쓰’ 혹은 ‘뻐쓰’라고 발음한다. 발음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인정하는 셈이다. 조금 다른 문제이지만 ‘제트’와 ‘지’에도 이러한 융통성이 발휘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 아닐까?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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