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기로에 봉착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에서 각종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그제 법원에 의해 기각된 것이다. 검찰은 배 전 회장 구속을 통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이명박 정부 유력 정치인들의 비리 의혹을 캐낼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배 전 회장에 대해 횡령 배임 사기 등 무려 7가지의 죄명을 적시하는 등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법원의 1차 관문조차 넘지 못했다.
검찰은 지난달에도 정 전 회장 측근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해 두차례 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5개월여 동안 포스코 전ㆍ현직 임원 9명, 협력업체 대표 3명 등 12명을 구속했지만 수사의 정점인 정 전 회장과 이명박 정부 실세 정치인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근접조차 못했다. 그 사이 포스코는 그로기 상태가 됐다.
포스코 수사에서 검찰은 준비 안된 하명ㆍ표적 수사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개인이든 기업과 같은 조직이든 비리 혐의가 포착되면 법의 준엄한 처벌을 받도록 수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포스코와 같은 거대 기업의 비리 구조를 발본색원하려면 충분한 자료 수집과 내사를 거쳐 범죄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관련자 소환과 같은 수사 절차도 전광석화처럼 진행해야 수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3월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 직후부터 무차별적인 포스코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을 했음에도 당초 상정한 목표에 한발짝도 다가서지 못했다. 검찰로서는 전 정권 손보기 차원의 하명 수사 지시에 촘촘한 준비 없이 먼지떨이식으로 나섰다가 수모만 당한 꼴이다. 그게 아니면 검찰의 특별수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줄곧 정도를 걷는 수사를 강조해왔다.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는 수사, 별건 혐의를 찾기 위한 광범위한 압수수색이나 무차별 소환 금지, 저인망식 수사 관행의 탈피 등이 특별수사통인 김 총장의 지시였다. 그러나 포스코 수사는 김 총장의 지시와 정반대로 진행됐다. 검찰이 하명 받은 수사 목표라도 달성했다면 모를까, 그마저도 현재로선 여의치 않다. 이래저래 체면을 구긴 검찰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뾰족한 수가 없다면 현 단계에서 1차 수사를 마무리하고 포스코 새 경영진의 구조개혁 작업을 지켜보면서 좀 더 면밀한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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