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바퀴서 3명 따라잡아 10위
김국영 남자 100m 예선 7위로 탈락
英 영웅 모 파라, 1만m 2연패 달성
한국 남자 경보의 김현섭(30ㆍ삼성전자)이 한국 육상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3회 연속 톱10에 진입했다.
김현섭은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 경보에서 1시간21분40초를 기록해 10위에 올랐다. 마지막 19번째 바퀴까지 13위에 머물러있던 김현섭은 마지막 뒷심으로 3명을 따라잡고 1시간21분43초를 기록한 르보강 샹지(남아프리카 공화국)를 따돌리며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김현섭은 2011년 대구 대회에서 6위, 2013년 모스크바 대회에서 10위에 이어 베이징 대회에서도 10위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3회 톱10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종전 높이뛰기 이진택(1997년 아테네 8위, 1999년 세비야 6위)에 이어 한국 육상 사상 두 번째로 세계선수권 2회 연속 톱10에 올랐던 김현섭은 자신의 기록을 한 단계 더 격상시킨 셈이다.
비록 메달권은 아니지만 김현섭은 이 기록만으로도 한국 육상에 새로운 꿈을 불어넣었다. 김현섭은 이미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0년 광저우 대회,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어 이진택(1994년 히로시마 은, 1998년 방콕 금, 2002년 부산 금)에 이어 두 번째로 아시안게임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딴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김현섭은 한국 육상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톱 10에 들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김현섭은 경기가 끝난 후 “이제는 많은 분이 기대하시는 세계 대회 메달을 따야 하는데,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며 몸을 낮췄다.
미겔 로페즈(스페인)가 1시간19분14초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고, 왕전(중국)이 1시간19분29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경보 차세대 주자 최병광(24ㆍ삼성전자)은 1시간28분01초로 46위에 올랐다. 세계기록(1시간16분36초) 보유자 스즈키 유스케(일본)는 레이스를 마치지도 못했고, 1시간19분08초의 개인 기록을 가진 후지사와 이사무(14위)는 1시간21분51초로 김현섭보다 11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 2월 일본 고베에서 1시간18분03초로 올 시즌 4위 기록을 세웠던 다카하시 에이키는 1시간28분30초에 48위에 머물렀다. 최병광보다 29초나 느린 기록이었다.
한편 전날 남자 100m 예선에 나섰던 김국영(24ㆍ광주광역시청)은 예상 외의 부진한 성적에 고개를 숙였다. 김국영은 예선 1조 경기에 출전해 10초48로 7위를 기록해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김국영은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10초16을 기록하며 자신이 보유한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고 한국 육상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육상선수권에 자력으로 출전티켓을 따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날은 10초16에 0.32초나 뒤진 기록이 나왔다. 김국영은 레이스를 마친 뒤 “10초4대 최악의 기록이 하필 세계선수권에서 나왔다”며 “큰 경기에서 실력 발휘를 못 한 건 내 탓이다”라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영국 장거리 영웅 모 파라(32)는 남자 1만m 2연패에 성공했다. 파라는 27분01초13을 기록해, 27분01초76으로 레이스를 마친 게오프리 킵상 캄워러(케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3년 모스크바 대회에서도 1만m 우승을 차지한 파라는 이번 대회에서 정상을 지켰다. 이로써 파라의 세계선수권 메달은 5개, 금메달은 4개로 늘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5,000m 정상에 오른 파라는 1만m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2년 뒤 모스크바 대회에서는 5,000m와 10,000m를 석권했다. 파라는 29일 5,000m 경기에 출전해 2개 대회 연속 2관왕에 도전한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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