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 5차례 교환 후 고위급 접촉
이틀 연달아 이뤄진 2+2 남북 고위급 접촉은 북한의 대화 제의로 시작, 남측의 수정제의를 북한이 수용하는 3단계 협의를 거쳐 성사됐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머리를 맞대고 앉기까지 남북 간 다섯 통의 전통문이 오갔다.
첫 제의는 북측에서 나왔다.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는 서부전선 포격 도발 하루 뒤인 21일 오후 4시쯤 “21일 혹은 22일 판문점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1 대 1 접촉을 갖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왔다.
북한이 추가도발을 예고, 군사적 긴장감이 높이지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정부는 이를 바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대신 2시간 정도 뒤인 오후 6시쯤 김 실장 명의로“김 비서가 아니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접촉하자”고 수정제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전략을 총괄하는 김 비서의 남측 카운터파트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다. 청와대 실무 최고라인인 김 실장이 회담에 나서기 위해서는 북한의 군 책임자이자 실질적 2인자 격인 황 국장이 나오는 게 맞다”고 말했다. 남북은 2013년 남북 당국회담 당시에도 수석대표의 격을 놓고 대립하다 결국 회담을 무산시킨 적이 있다.
북측은 한동안 답이 없었다. 저녁 늦게까지 판문점 전통문 연결망을 열어두고 대기했지만 북측 관계자들은 그대로 퇴근해버렸다. 그러다가 이튿날인 22일 오전 9시 35분쯤 다시 북측이 전통문을 보내왔다. 이번에는 황 국장 명의였다. “북측 대표로 황 국장과 김 비서가 나갈 테니 남측에선 김 실장과 홍 장관이 나왔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남측의 수정제안을 보완 수정한 모양새였다. ‘1 대 1 회담’을 ‘2+2 회담’으로 바꾸긴 했으나 ‘북측 인사의 격을 높이라’는 남측의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로써 최고조에 이르렀던 군사적 긴장감도 한풀 꺾이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약 2시간 뒤인 오전 11시 25분쯤 김 실장은 북측의 재수정 제안에 동의한다는 통지문을 전송했고, 북측도 낮 12시 45분쯤 “동의한다”고 답신을 보내옴으로써 이날 오후 6시30분 판문점에서 박근혜정부 역대 최고위급 남북 당국자 접촉이 성사될 수 있었다. 북측의 첫 제의에서 회담을 최종 확정 짓기까지 20시간 45분이 걸렸다. 북한의 추가도발 최후통첩 시한인 오후 5시까지는 6시간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었다. 청와대는 남북 접촉 3시간 반 전인 오후 3시 이 사실을 공개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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