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후반에는 전반기에 벌인 일들을 수습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규제개혁, 노동개혁 등 웬만한 주제는 거의 다 나왔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일들이고, 국민들의 체감도도 그리 높지 않다. 우리 사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대통령의 권한이 생각처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집권 후반기에는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고 각 이해집단에 도움과 협조를 솔직하게 구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회의 발언이나 담화에는 ‘잘하고 있다’, ‘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 경우엔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 부족해질 수 있다. 실제 해결책은 고민 속에서 나오는데 매번 잘 하고 있다고만 하면 결국 해결책을 찾지 못하게 된다. 잘 되고 있다는 이야기보다는 무엇이 잘 안되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이런 고민은 특히 대통령과 핵심참모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면 성과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피해야 할 대목이다. 금리를 내리는 방법으로 경제를 살리는 것은 경제부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당장은 욕을 좀 먹더라도 한계기업 정리나 가계부채 해소 등을 통해 나라의 10년, 20년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결국 전임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박 대통령도 다음 대통령이 임기 동안 더 잘할 수 있도록 바닥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한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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